한국은행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과정이 순탄치 않다. DB 구축을 위해 필요한 법률 개정이 지지부진한 데다 정보 공유를 꺼리는 부처 간 밥그릇 챙기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10일 국회와 한은에 따르면 9일에 열렸던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가계부채 DB 구축과 관련한 한국은행법 일부 개정법률안(정희수 의원 대표발의)이 심의되지 못했다.
이날 경제재정소위에 상정된 안건은 총 174건. 가계부채 DB 마련을 위한 한은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82번째로 상정돼 심의 차례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 2차 경제재정소위가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어 한은 측은 이날 관련 법률안을 심의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한은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국세기본법,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지방세기본법 등 4개 법안이 한은의 자료 수집을 허용해야 하는데, 관련 법률 개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실명거래 법률, 신용정보 법률을 소관하고 있는 정무위원회는 17일로 예정된 제1차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두 가지 법률 개정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오는 26일까지 제6차에 걸쳐 열리는 만큼 이달 중에 관련 법률안 개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법률을 소관하는 금융위원회의 반발이 심해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방세기본법 개정은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심사해야 하지만 오는 24일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안건 목록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상정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률이 개정되면 한은과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금융위, 행정자치부, 국세청의 반발이 심한 상황에 법률 개정조차 더디게 이뤄지면서, 정확하고 효율적인 가계부채의 실태를 파악한다는 DB 구축의 당초 취지가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 행자부와 가계부채 DB 구축을 위한 공감대가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아 법률 개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