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매번 충격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보이는 ‘샤오미 쇼크’는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애플도 아이폰6 시리즈 이후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지켜오던 삼성전자는 순식간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5위권 밑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 거대한 시장에서 밥그릇을 뺏겼으니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 급하게 플랜B를 들이밀 수 밖에. 아주아주 싼 스마트폰으로.
사실 저가 스마트폰 정책이 점유율을 올리는데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건 이미 선례가 있는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저가 라인인 갤럭시J5는 현재 가장 잘 팔리는 갤럭시 스마트폰 중 하나다. 국내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그런데 20만원대의 갤럭시J 시리즈로는 중국 시장에 어필하기 부족했나보다.
그래서 10만원대 갤럭시온 시리즈가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갤럭시온5와 갤럭시온7을 중국 시장이 출시했고 뒤이어 인도에도 출시했다. 전형적인 저가 스마트폰의 스펙이다. 해상도는 HD(1280×720)으로 동일하며 갤럭시온5는 5인치, 갤럭시온7은 5.5인치 화면을 탑재했다.
갤럭시온5는 1.3GHz 엑시노스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니 최고의 성능은 아니더라도 저가형에서는 꽤 좋은 두뇌를 가진 제품이다. 2600mAh 배터리,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등이 특징. 갤럭시온7은 1300만 화소 카메라에 3000mAh 배터리를 지녔다. 이 제품은 엑시노스가 아니라 스냅드래곤을 사용했다. 1.2GHz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 410을 탑재했다. 가격은 갤럭시온5가 한화로 약 15만원, 갤럭시온7은 19만원 정도.
이로서 삼성 갤럭시는 은하계라는 브랜드 이름에 걸맞은 거대한 문어발 라인업을 완성하게 됐다. 애플은 물론이고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마이크로맥스 등과 맞서기 위한 이 ‘저렴이’가 얼마나 인기를 얻을지 궁금해진다. 성능이야 특별할 것은 없지만, 적어도 10만원대 제품에서 보기 힘든 마감과 디자인인 것은 확실하다. 그래도 삼성이 아닌가!
중국과 갤럭시가 만나 완성된 이 화끈한 가격이 H&M과 발망의 콜라보레이션처럼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브랜드는 유지하되 질을 조금 떨어뜨렸다는 점에선 비슷한 것 같은데 말이지. 다른 점이라면 발망에겐 신선한 일탈이고, 삼성에겐 브랜드 이미지를 건 싸움이라는 것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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