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찌푸린 날씨에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잔잔한 바람과 온화한 기온은 결전을 앞둔 선수들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했다. 6일 충남 태안군의 현대더링스CC(파72ㆍ7241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PGA) 코리안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 카이도골프 LIS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억원ㆍ우승상금 6000만원) 2라운드 풍경이다.
매홀 양 옆으로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는 위험천만한 코스지만 선두권 스코어는 2라운드까지 10언더파를 훌쩍 넘겨버렸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20언더파는 쳐야 우승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3ㆍ4라운드는 우중 라운드가 예고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도 긴장한 표정이 역역하다. “다 똑같은 환경이니까 그냥 마음 비우고 치려고요”라는 선수들의 한결같은 말 뒤에는 두려움이 감춰져져 있다.
우승이 간절하지 않은 선수들이 어디 있겠냐마는 수년째 스폰서 부재로 홍역을 겪고 있는 KPGA 소속 선수들에게는 한 대회 한 대회에 사활을 걸어야할 판이다.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로 나선 박준원(29ㆍ하이트진로ㆍ12언더파 132타)은 지키기만 해도 우승을 바라볼 수 있지만 2위 김태훈(30ㆍJDXㆍ11언더파 133타)과 3위 홍순상(34ㆍ바이네르ㆍ9언더파 135타)이 허락하지 않을 일이다.
마음을 비워서 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탓일까. 시즌 4관왕을 노리는 이수민(22ㆍCJ오쇼핑)은 6일 열린 2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쳐 1라운드 스코어 5언더파를 지키며 공동 15위에 자리했다.
사실 이수민은 이번 대회 가장 관심이 가는 선수다. 이수민은 올 시즌 KPGA 코리안 투어 10개 대회에 출전해 군산CC 오픈 우승 포함 톱10에 3차례 들며 신인왕을 확정지었다. 상금순위는 3위(2억7354만원), 올해의 선수 포인트 2위(2095포인트), 평균타수 3위(70.469타)에 올라 있다.
그리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할 경우 새로운 왕좌 등극을 알린다.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그리고 평균타수까지 1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상금순위 1위 이경훈(24ㆍCJ오쇼핑)과 2위 최진호(31ㆍ현대제철)가 불참, 스포트라이트는 이수민에게 집중됐다.
2라운드까지 컨디션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드라이브샷부터 퍼트까지 무난했다. 경기 중 표정도 밝아서 3ㆍ4라운드 역전 우승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문제는 우중 라운드다. 대회 3라운드가 열리는 충남 태안의 현대더링스CC에는 촉촉한 빗방울이 필드를 적시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우중 라운드다. 게다가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정상적인 플레이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이수민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 대회장인 현대더링스CC는 작은 군산CC로 불릴 만큼 군산CC와 닮았다. 이수민은 2013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군산CC 오픈에서 우승했고, 올해도 군산CC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군산CC와 닮은 현대더링스CC가 편안한 이유다.
시즌 4관왕을 노리는 슈퍼루키 이수민이 우중 라운드 속에서도 가장 빛나는 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