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초 증권법학회에 ‘증권범죄 부당이득 산정 방법’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부터 자본시장연구원을 통해 ‘부당이득 산출 모델’을 마련하고 있으며 대검찰청도 금융 범죄를 주로 다루는 남부지검의 제의에 따라 부당이득 산정 관련 연구 용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범죄 수사의 주축인 이들 기관이 부당이득 산정 방식 마련에 제각기 공을 들이는 것은 재판부가 벌금과 형량을 결정할 때 부당이득 규모가 주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 기준에 따르면 1억원 미만의 부당이득 규모에는 징역 6월에서 1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5억원 미만일 경우 징역 1년에서 징역 4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증권범죄 양태와 비교하면 부당이득을 산출하는 기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적은 것이 현실이다. 올해 초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증권·금융범죄 1심 선고 65건 가운데 실형은 21건으로 32.3%에 불과했다. 반면 집행유예는 44건으로 67.7%에 달했다.
2012년에는 주가 조작을 통해 172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재벌 3세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최근 삼성과 한화의 빅딜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서도 부당이득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벌금형이 선고됐다.
일반에서 보기에 굵직한 사건이더라도 선고 유형에서는 5억원 미만 건이 65건 중 49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부당이득 산정 자체가 다소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을 보였다.
부당이득 산정과정에서 주가를 부양한 테마 존재 여부, 시장 전체 주가 등락 여부, 특정 종목군의 이슈 여부 등 다양한 점이 고려되기 때문에 변호인단이 부당이득 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악용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스닥 기업 주가조작 피해자의 민사 소송을 수임했던 한 변호사는 “민사는 물론이고 형사적 처벌에서도 수많은 시장 변수들 속에서 주가조작 범죄자들의 고의성이나 이득 규모를 깔끔히 재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이득 산출 방식을 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현행법에서는 주가조작의 고의를 사정당국이 밝혀내야 하는데 이를 범죄자 스스로 무죄를 소명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