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정부 기준에는 공기업 부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충당 부채, 한국은행 통화안정증권 등이 빠져 있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항목을 포함하면 한국의 국가부채는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과 비슷할 정도로 커진다는 것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합리적이고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평가 기준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학자들이 국가 부채에 포함해야 한다는 항목들을 점검해 보자. 첫째, 공기업은 정부 사업을 정부가 직접 하느냐, 공기업을 통해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이 정부 사업을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에 떠넘긴 사례가 많다. 따라서 공기업의 적자와 부채는 재정건전성 평가에 포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기업을 포함한 재정통계는 공공부문 적자와 부채라는 이름으로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 발표되고 있다.
둘째, 공무원연금 등의 충당부채는 민간기업의 퇴직급여충당금과 비슷한 성격이다. 기업의 퇴직급여충당금은 당연히 부채이고, 특히 기업을 정리할 때는 일시에 모두 부담해야 한다. 다만, 국가는 기업과 달리 계속 유지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일시에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등의 충당부채는 일시 지급 가능성은 없지만 지급 의무가 있기 때문에 관심을 둬야 하는 부문이다.
셋째, 사회보장기금의 대표인 국민연금은 사정이 특별하다. 현재는 수입이 지출보다 많아 흑자이나, 2035년경부터는 지출이 더 많아지고, 2050~60년에는 기금이 고갈되는 구조이다. 현재는 흑자 요인이나, 미래에는 국가부채를 엄청나게 증가시키기 때문에 포함 여부에 따라 재정통계를 크게 변동시킨다. 따라서 사회보장기금은 앞으로 연금제도의 개혁이 있다는 전제하에 일단은 제외하는 것이 재정건전성 평가에 좋은 것 같다. 다만 2035년경까지도 근본적 개혁이 없다면 국가 부채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50년경부터는 국민연금 부족분을 재정에서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넷째,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발생되는 증권으로 한국은행의 부채이고 한국은행은 국가기관에 포함되므로 국가 부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중앙은행이 있지만 중앙은행의 부채를 국가 부채로 인식하는 외국 사례가 없다. 또한 중앙은행은 보유자산이 충분하고 발권력을 갖고 있어 부채 상환에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국가 부채로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본다면 재정건전성 평가의 1차 기준은 일반 정부에 공기업이 포함된 공공부문의 적자와 부채일 것이다. 여기에 공무원연금 등의 충당부채도 참고지표로 의미가 있다. 2013년 기준 공공부문의 적자는 GDP의 3%이고, 부채는 63%이다. 여기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를 포함한 국가 부채는 GDP에 105%이다.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안심할 상태도 아니다.
한국의 재정 적자는 매년 GDP의 2~3% 정도 발생하고 이는 바로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앞으로 국채의 이자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재정건전성은 계속 악화할 것이다. 근본적 조세 개혁이 없다면 한국도 10~20년 후에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와 같은 재정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증세도 중요하지만 조세 기반 확충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주택임대소득과 같이 명백한 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걷지 않는다면 국민의 조세 저항과 세금 탈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지하경제를 확대하고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 정의 확립이 재정건전성 확보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