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세종시 연동면 송용리에서 오이 농사를 짓는 박경운씨는 스마트폰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게임이라도 하는 줄 알고 유심히 살펴보니 박씨의 스마트폰 화면엔 농작물이 찍힌 CCTV 화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 중이었다. 신기한 듯 바라보니 박씨는 어깨를 으쓱이며 스마트폰 버튼 하나를 눌렀고, CCTV 화면으로 비닐하우스 천장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SF영화에서나 볼 듯한 이 지능형 비닐하우스 관리시스템은 지난 6월 개소한 SK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세종시 100여곳의 농가에서 가동 중인 스마트팜 반딧불이. 작물재배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원격 재배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단한 물건’이다.
반딧불이가 설치되면서 노동시간이 절약되자 세종시 연동면 일부 농민들은 수십년 만에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설 연휴 때 서울로 역귀성을 다녀오기도 했다. 반딧불이의 편리함이 입소문을 타면서 시범사업단지 인근 지역에서 이를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SK는 최근 인접 지역 비닐하우스 5개동에 설비를 구축했다. 내년부터는 세종시 전역으로 확대·보급할 방침이다. 또한, 농업뿐 아니라 수산업(양식)·축산업(축사·양돈·양계)·임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이 기술을 활용한 메기 양어장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세종센터는 SK·세종시와 함께 △스마트팜 △지능형 영상보안 시스템 △스마트 로컬푸드 시스템 △스마트 러닝 △새로운 모습의 에너지 타운 조성 △영농기술 테스트 베드 제공 등 6개의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종센터는 개소 석 달 만에 1300명이 넘는 인원이 방문했다. 방문 목적도 다양하다. 지난 8월엔 세종시 교육청 소속 교사 6명이 세종센터에서 지원하는 스마트 러닝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를 수강하고자 모였다. 이달 9일엔 스마트팜을 살펴보고자 한국에 연수를 온 베트남 정부 고위공무원 22명이 연동면 토마토 농가를 찾았다. 농업 종사자를 비롯해 농촌연구원, 벤처투자 기업체, 해외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 중인 전문업체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최근 세종센터는 스마트 로컬푸드 시스템 구축에도 나섰다. 이는 기획생산과 유통관리 기능이 포함된 지역 농산물 직거래 시스템으로 농가 소득 안정화에 이바지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도담동에 세종시 170여 농가가 참여한 제1호 도담도담점이 문을 열었다. 이 가게엔 10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이들은 판매수익의 10%를 월급으로 받는다. 내년에 제2호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이달 내로 세종시 연동면 예양리 일대 8250㎡(약2500평) 규모로 만들어지는 ‘창조형 두레농장’도 본궤도에 오를 예정이다. 두레농장은 시설하우스 5동, 주말농장 1동, 스마트 농업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등으로 공간을 구성한다. 지난 8월 공모를 거쳐 두레농장 첫 운영 사업자로 ‘행복우리 두레농장’을 선정했다. 세종센터는 SK와 협력해 두레농장을 스마트 팜, 지능형 영상보안, 스마트 로컬푸드, 태양광 발전 등 첨단 ICT 등의 시설을 집약화한 ‘세종형 창조마을 표준모델’로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