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새 최악의 엘니뇨 현상이 세계 원자재 시장을 강타하면서 농산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최근 미국과 호주 기상청은 올해 엘리뇨가 20년 만에 최악 수준이 될 것이라고 누차 경고했다. 일본 기상청 역시 지난주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뚜렷하게 예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며 온도는 1950년 이후 최고치에 다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동부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비해 높아지는 현상으로 지구촌 곳곳에 폭염과 폭우 등 극단적인 이상 기후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세계 곳곳의 농업 종사자들이 엘니뇨에 따른 잠재적인 생산 차질을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브라질은 폭우로 설탕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호주와 아시아, 아프리카 일부는 가뭄이 지속되면서 팜유와 밀 코코아 커피 등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올들어 부진했던 농산품 가격이 불과 몇 주만에 급등하고 있다. WSJ은 최근 3주간 글로벌 유제품 가격이 36%, 설탕은 31% 각각 폭등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팜유는 13.1%, 밀은 6.1%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글로벌 커피 가격도 지난 9월 말까지 1년간 40% 이상 빠졌으나 불과 보름새에 11% 급반등했다. 커피 주요 산지인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최근 안정을 찾은 가운데 엘니뇨 우려까지 겹치면서 커피값이 뛴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9월 식량가격지수는 전월의 155.1에서 156.3으로 올라 18개월 만에 첫 상승세를 나타냈다.
태국 쌀수출협회는 올해 쌀 수확량이 전년보다 15~20%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 농업수자원부는 지난달 2015~2016년 호주 밀 생산량이 2530만t으로 전년보다 7%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호주커먼웰스은행의 토빈 고레이 농업 이코노미스트는 9월의 극심한 가뭄을 이유로 생산량이 정부 예상보다 최대 200만t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곳곳에선 최근 엘니뇨에 의한 이상기후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싱가포르는 지난 8월 중순 이후 스모그가 짙게 깔려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등의 열대 우림에서 대형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건기인 6~9월에 일부 팜유생산업체가 경작지 확보를 위해 일부러 불을 놓기도 해 산불이 잦은 편이지만 올해는 가뭄 때문에 예년보다 진화 작업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엘니뇨 현상이 연말에도 정점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까지 그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