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한숨 돌리게 됐다. 유럽연합(EU)이 배출가스와 관련한 실제 주행 테스트를 최소 2년 이상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각국 교통부 장관들이 만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제안한 해당 테스트의 연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안은 자동차 업체들이 새로 개발하는 신차가 실제 도로 주행 테스트 시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기준을 통과할 수 있도록 2019년 말까지 시간적 여유를 주자는 것이 골자다.
지난 2012년 EC는 실제 주행을 통한 배출가스 테스트가 2017년까지 완전히 이행돼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이번 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지면서 그 이행 시기를 최소 2년 늦추자고 번복한 것이다. 이는 디젤 신차 모델들이 유럽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도록 이행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의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유럽 자동차 업계는 최근 폭스바겐 스캔들로 명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 교통당국에 의해 폭스바겐이 공기정화장치를 배기가스 검사 시에만 작동하게 하고 주행 시에는 멈추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디젤 차량에 탑재해 눈속임한 것이 드러나면서 폭스바겐은 물론 유럽 자동차 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미국 교통당국은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 자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GM)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랜드로버 등의 디젤차에 대해서도 폭스바겐과 유사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는지 여부 등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EU의 배출가스 규제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고 FT는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사와 코너가 없는 실험실 테스트에 근거한 EU의 테스트는 실제 도로에서와는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EU는 2007년부터 실제 주행 환경에 가까운 상황을 기준으로 NOx 배출량을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시행은 번번이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실제 주행에 의한 테스트가 계속 미뤄지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로비력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