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동통신업계는 일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타사의 고객을 한 명이라도 빼앗고자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처절한 요금인하 전쟁을 벌여 왔다. 이런 업계에 고정 팬을 대거 거느린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는 단순히 신제품 출시 그 이상이었던 셈이다.
일본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신제품 출시는 스마트폰 사용자 유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절대로 질 수 없는 싸움”이라고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올해 도코모와 KDDI, 소프트뱅크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에 맞춰 노심초사 끝에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능가할 만한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놨다.
소프트뱅크와 KDDI는 기존 고객의 신제품 교체에 중점을 둔 반면, 업계 1위 도코모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이용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했다.
3사는 지난해 아이폰6가 출시됐을 때 2년 계약을 조건으로 가입하면 단말기는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 때문에 고객 유치도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신제품인 ‘아이폰6s’ 시리즈로 기기 변경 시, 2년 계약을 하더라도 기기값만 1만6000~2만6000엔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요금제의 차별화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만 출혈 경쟁이 만만치 않다. 포문을 연 건 KDDI였다. KDDI는 1회 5분 이내의 국내 통화이면 월 1700엔에 무제한 서비스하는 요금제를 내놨다. 이는 종전보다 1000엔 낮아진 수준. 그러나 곧이어 소프트뱅크와 도코모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파격적인 정액요금제도 무용지물이 됐다. 음성 통화료 수익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한 업계의 출혈 경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결국 업계는 데이터 통신요금에 승부를 걸고 있다. KDDI의 최저 요금제는 월 6200엔으로 기존보다 300엔 낮췄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음성 정액 2700엔, 2GB 데이터 통신요금 3500엔, 인터넷 접속요금 300엔을 더해 기본 6500엔이었다. 그러나 새 요금제는 음성 정액 1700엔, 3GB 데이터 통신요금 4200엔, 인터넷 접속요금 300엔 등 6200엔이다. 결합 데이터 요금제가 기존 2GB가 아니라 3GB 이상이어도 총액을 타사보다 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한 것.
소프트뱅크와 도코모의 경우, 기존 6500엔에서 7000엔으로 뛰었다. 음성 정액 1700엔, 5GB 데이터 통신요금 5000엔, 인터넷 접속요금 300엔 등이다. 데이터 통신요금 기본을 2GB에서 5GB 이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 경우, 원래 5GB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용자는 이용 요금이 낮아지지만 그 외의 이용자는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두 회사가 데이터 요금 기준을 늘린 건 스마트폰 사용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9GB였고, 사용자의 70% 이상이 5GB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통계에 근거한 것이다.
가토 가오루 도코모 사장은 “사전 예약은 지난해보다 20% 정도 많다”며 소프트뱅크와 KDDI로 유출된 고객에 대해선 “지난번에도, 그전에도 돌아왔다. 앞으로도 점점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애플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