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가 공식 출시되는 날. 일본의 애플 마니아들은 한시라도 빨리 애플의 신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차가운 빗줄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동통신업체들은 모처럼의 ‘애플 특수’에 바짝 긴장했다. 경쟁사에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빼앗길까 걱정돼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문을 여는가 하면 애플의 신제품 출시를 겨냥해 파격적인 요금제도 선보였다.
KDDI는 기존보다 월 1000엔 싼 통화 요금정액제를 도입하는 한편, 소프트뱅크는 손목시계형 단말기 ‘애플워치’ 대리점을 360개로 확대하며 고객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대형 전자제품 할인 판매점도 애플 특수에 가세했다. 빅카메라(BIC Camera)는 온라인으로 사전 주문하고 제품을 받으러 오는 고객들을 위해 새벽 4시에 문을 열었다.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가 SIM 록 프리라는 점에 주목,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자 자체 개발한 ‘BIC SIM’을 내놨다. 또한 보상기기에 대한 값을 이동통신업계보다 후하게 매겨 고객들의 시선을 유혹했다.
이 같은 풍경은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 애플이 스마트폰 유통에 직접 뛰어들면서 전 세계 이동통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애플은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를 공개했다.
당시 휴대전화 업계의 주목을 끈 건 화려하게 진화한 신제품의 기능 및 디자인보다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판매 방침이었다. 새로운 판매 방침은 고객이 ‘아이폰6s(저장 용량 16기가바이트 기준)’ 제품을 매월 32.41달러씩 내는 조건으로 구매하면 매년 출시되는 신제품으로 교체해준다는 것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의 생태계는 ‘생산=제조업체, 판매=이동통신업체’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를 배제하고 단말기 교체 빈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애플이 직접 스마트폰 유통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 유통에 또 다른 혁신을 가져온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그라이언 브로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애플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이동통신업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동통신업계의 고민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애플이 자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스마트폰을 유통시키면 장기 고객들의 대거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아이폰을 판매해 고객 수를 늘려온 T모바일US와 같은 이동통신업체에는 치명적이다.
그동안 미국의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은 아이폰을 싸게 판매하는 대신에 이용자에게 비교적 높은 월 요금제와 2년 약정을 의무화해 왔다. 이에 반해 T모바일US는 아이폰 할부 판매와 단말기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요금제를 도입해 타사와 차별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덕분에 T모바일US는 가입자 수 기준으로 미국 이동통신업계 4위에서 3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애플이 직판에 나서면서 상황은 녹록지 않게 됐다. 이동통신업계는 회선 품질과 이용요금으로밖에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경영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통신요금 인하와 업계 재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충격은 미국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 사이의 중론이다.
앞서 애플의 필립 실러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은 지난달 9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점차 전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겐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낭보라 할 수 있지만 이동통신업계는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고객 쟁탈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