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우드극장 영사기사인 최치환씨는 명화의 필름을 돌리며 추억에 잠기곤 한다. 한 치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 그가 필름에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세심하게 확인하고 있다.
동그랗게 말린 필름이 풀리며 영사기로 향한다. 필름은 영사기 안에서 스크린에 빛으로 흩뿌려진다. 1954년 제작된 영화 ‘고원의 결투’다. 자막은 일반 영화보다 크고 관객 대부분은 백발이 희끗한 어르신들이다. 이곳은 노인을 위한 ‘실버영화관’이다.
▲실버극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상영작을 살펴보고 있다.
1969년 문을 연 허리우드극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단관 극장 가운데 하나로 과거 단성사, 피카디리극장 등과 함께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며 극장계를 주름잡았다. 명절 때마다 몰려드는 관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멀티플렉스 극장의 공세에 경쟁에서 밀린 단관 극장들은 하나 둘 사라져 갔다. 허리우드극장 또한 경영난을 겪다 수년 전 어르신을 위한 실버영화관으로 탈바꿈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필름. 영사기사는 상영시간 내내 15분 분량의 필름을 영사기에 바꿔 걸어야 한다.
이곳에선 55세 이상이면 단돈 2000원으로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사랑받았던 고전 명작들을 즐길 수 있다. 실버영화관은 영화를 사랑하는 어르신들의 발길로 지난 5월 100만 관객을 기록했다. 오늘도 이곳에선 어르신들의 추억이 필름 되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