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공개한 ‘한국은행 소장 미술품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은 보유 미술품 1031점 중 내부 임직원으로부터 사들이거나 기증받은 작품이 55점이다.
이 가운데 18점은 취득가액이 없거나 1000원에 불과해 사실상 한은이 무상으로 기증받았다는 점에서 문제될 소지가 없다. 조순 전 총재가 기증한 서예 작품은 감정가격이 수백 만원대로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 37점은 취득가액이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900만원 수준이었다. 이들 작품을 사들이는 데 한은이 쓴 돈은 총 8800만원이지만 감정가격(2012년기준)은 취득가보다 크게 하락한 상태다.
900만원에 구입한 동양화 한 점은 100만원으로 떨어졌고, 250만 원짜리 동양화 한 점의 감정가는 1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12년 기준 37점의 감정가는 취득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870만원에 불과했다.
특정 직원의 작품을 집중해서 매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은의 소장품 목록에는 내부 문서관리 업무를 맡았던 A씨의 작품이 무려 21점이나 포함됐다. 한은 소장품 중 모든 작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작품 수다. 이 때문에 A씨가 한국화 중견작가로 활동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편중된 작품 매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은이 A씨 작품 구입에 지출한 돈은 총 5300여만원이다. 그러나 이들 작품의 최근 감정가는 136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장목록을 보면 한은은 내부 미술 동호회 지도강사인 직원 B씨의 병풍 작품을 지난해 말 800만원에 구입하는 등 최근까지도 직원 작품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처에서는 2011년부터 강화된 미술품 관리체계에 따라 신규 구입·관리 업무가 정부미술은행(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일원화돼 미술품을 사들일 때 엄격한 평가 및 심사를 거쳐야 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정부 부처의 미술품 구매 체계가 한은에 적용됐다면 내부 직원의 다수 작품을 비싼 값에 사들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이 미술품을 보유한 것은 195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 정책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미술계를 지원하고자 한은이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미술작품을 매입하도록 한 것이 관행으로 정착했다.
박원석 의원은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직원 작품을 고가에 사서 손해를 보게 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한심한 행태”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매입 경위와 책임을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