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석 달간 일본 도쿄 선물시장에서 고무가격은 27%나 폭락해 최근 kg당 167.80엔에 거래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다. 같은 기간 구리와 국제유가(WTI 기준)가 각각 15%, 23%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고무 가격 하락폭이 훨씬 큰 셈이다.
고무가격 하락을 두고 시장에서는 수급조절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대 고무 소비국인 중국 등 세계적으로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에서도 주요 생산국들의 지속적인 과잉 생산이 가격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국제고무연구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고무 생산량은 300만t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창고에 쌓아둔 재고량은 석 달치 이상의 수요와 맞먹는 수준이다.
수급 조절 실패의 원인으로는 주요 고무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3개국의 생산량 담합이 지목되고 있다. 이 3개국은 국제삼자고무협회(ITRC)를 구성하고 있으며, 전 세계 고무 생산의 70%를 차지해 막대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
최근 고무 가격 하락이 감지됐던 지난해 말, 3개국은 감산에 나서긴 했지만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이뤄졌다고 WSJ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을 포함해 1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천연고무생산국연합(ANRPC) 역시 감산에 대한 의지가 거의 없다. 전 세계 고무 생산의 92%를 차지하는 ANRPC는 지난 7월 말까지 약 7개월 동안 생산량을 단 2%만 줄였다.
이는 마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유가 하락세에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감산에 나서지 않는 것과 유사한 상황인 셈이다.
상품 중개업체 유타카쇼지의 구지옹 애널리스트는 “고무 가격 하락은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로 인해 발생했다”면서 “전 세계 고무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