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 경제성장률(GDP)까지 하향조정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잡은 3.5%에서 3.3%로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가 내년 GDP를 하향 조정한 것은 중국의 경기둔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 한국의 수출이 줄고 신흥국 시장불안이 확대되는 등 직·간접적인 방향으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가 한국 경제에 주는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수출이 올해 들어 꾸준히 감소하다 급기야 8월에는 6년만에 최대폭으로 축소됐다.
수출액 감소는 이미 장기화하고 있다. 수출액 감소폭은 1월 0.9%, 2월 3.3%, 3월 4.3%, 4월 8.0% 등으로 이어졌으며 5월 들어서는 10.9%까지 커졌다가 6월에는 1.8%, 7월에는 3.3%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밖에 성장률의 한 축인 내수 또한 불안한 상황이다. 상반기 내수소비가 불안한 양상을 보인 가운데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보다 0.1% 줄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이 전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2010년 4분기(-1.9%)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다. 수출에 이어 내수를 뒷받침할 소득 자체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은행들은 이미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경기 부진을 전망하고 있다. IHS 이코노믹스와 독일 데카방크는 올해 연간 GDP 각각 2.2%와 2.3%로 제시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또한 성장률 전망치를 0.2% 포인트 낮춘 2.3%로 제시했다. 내년에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무려 1%포인트 하향 조정한 2.2%를 전망치로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4%포인트 낮춘 2.4%, 3.3%로 제시했다. 무디스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0.5%포인트 낮췄다.
한 전문가는 장기적으론 중국기업의 한국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중국산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한국제품과 경쟁하게 된다면 대중 수출 의존도가 강한 한국경제의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일자리와 노후불안, 소득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수부진 또한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올해에 이어 내년 경제성장률까지 하향세로 돌아선다면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최 부총리가 내년 성장률의 낙폭을 언급하면서 오는 10일 발표될 내년 예산 규모 또한 기속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물가전망치와 보태져 경상성장률을 구성하게 된다. 국세수입 규모와 내년 예산안 모두 이 같은 경상성장률을 바탕으로 짜여지게 된다.
이미 분기별 0%대 물가가 장기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내년 성장률까지 3%초반에 머물게 된다면 올해 추경 외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여력은 크게 축소하게 된다. 경상성장률이 1% 줄어들 경우 2조원 가량의 세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경기의 급속한 위축을 막고자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더라도 이 또한 고스란히 국가의 빚으로 남아 재정안정성을 흔들게 된다.
다가올 대외악재도 저성장 구조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연내로 유력시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해외 유동자금 이탈은 물론 우리 가계부채 부담까지 가속화시키면서 최악에는 내년 GDP 전망의 추가하락도 감소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