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10년여 만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연준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았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 대부분은 경제 상황이 금리인상 여건에 근접하고 있지만 충족하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위원들은 낮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달러화의 강세, 중국 경기둔화 등을 우려했다.
연준 위원들은 금리인상 전에 고용시장이 더 개선돼야 하며 아직 인플레이션 수준이 목표치 2%를 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의사록은 “거의 모든 연준 위원이 경제성장이 충분히 견실하고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중장기적으로 목표치 2%로 나아가고 있다는 합리적인 확신을 가질만한 증거를 보길 원한다”고 전했다.
의사록에서는 조기 금리인상과 경제하방 충격에 대응하는 수단의 부족,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동향에서 오는 하방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연준 위원들은 첫 금리인상 시점에 즈음하여 소통을 강화해 연준 정책에 대한 초점이 첫 금리인상이 아니라 이후에도 연준이 계속 경기부양적인 정책을 지속해나갈 것임을 시장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의사록에서 일부 매파 위원들은 세계가 미국 경제전망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금리인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은 의사록에 대해 ‘비둘기파’적인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달 초 미국 노동부의 월간 고용보고서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9월에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고용은 21만5000명 증가로 올해 평균인 21만1000명을 웃돌았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7~12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한 답변은 77%에 달했다.
그러나 의사록이 공개되고 나서 상황은 반전됐다. 9월 금리인상이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미국 국채 가격이 오르고 달러 가치가 떨어졌다.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움직임을 살펴보면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38%로 매겼다. 이는 의사록이 공개되기 전 50%에서 떨어진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행동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날 나온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1% 올라 6개월째 상승했으나 시장 전망인 0.2%는 밑돌았다. 연준이 물가 판단의 주요 자료로 쓰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6월에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에 그쳤고 지난 2012년 4월 이후 한번도 연준 목표 2%에 다다른 적이 없다.
중국 변수도 연준이 행동을 주저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달 FOMC가 개최된 후 중국은 이달 기록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와 증시 혼란으로 신흥국에서의 자산 이탈을 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