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창업을 준비하던 중 법률 자문을 구할 곳이 필요했다. 사업 아이템이 현행 법규에 저촉되는 부분은 없는지, 인·허가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등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와 상담하고 싶었지만, 막상 찾아간 지역 법률사무소에서는 사무장을 만나는 시간이 길었고 변호사와 제대로 된 상담을 하는 시간은 짧았다. ‘자문 용역’을 맡기려면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은 물론이었다.
변호사 수는 늘어났지만, 막상 짧은 시간 동안 간단한 정보를 문의할 수요자에게 변호사 사무실 문턱은 여전히 높다. 법조계가 생소한 사업가에게는 어떤 변호사가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 알기도 쉽지 않다.
30대 젊은 변호사들이 지난달 ‘법률서비스 연결 플랫폼’을 표방하며 온라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다. 주인공은 박효연(33·사법연수원 39기)·이상민(34·39기)·남기룡(36·39기) 변호사다. 박 변호사와 이 변호사는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대형 로펌인 ‘율촌’과 ‘태평양’을 나와 창업에 나섰다. 남 변호사는 현대건설과 법무법인 ‘소헌’에서 6년간 경력을 쌓았다.
이들이 만든 ‘헬프미(www.help-me.kr)’의 오프라인 공간은 책상 세 개를 놓으면 꽉 차는 소호 사무실이 전부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법률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은 언제든 변호사를 고르고 원하는 시간에 예약을 한 뒤 사무직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변호사와 상담을 할 수 있다. ‘영화표를 예매하듯’ 변호사와 상담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들이 추구하는 서비스 형태다.
“법률서비스가 고도화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변호사 상담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있지 않아요. 소송까지 가지 않는 의뢰인이면 상담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변호사 2만명 시대예요. 법률서비스 시장 역시 다양한 형태로 바뀔 필요가 있어요.”
헬프미가 기존 로펌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고용 변호사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은 창업멤버인 변호사 3명이 실시간 법률상담 서비스를 맡고 있지만 앞으로는 참여 의사를 밝힌 변호사 중 송무 경험 최소 2년 이상인 변호사들을 선별해 상담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고객들은 헬프미가 제공한 변호사 경력, 성공사례, 상담후기 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법률서비스를 신청하고, 24시간 내에 예악금을 입금하면 실시간으로 상담받을 수 있다.
유사 서비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헬프미는 변호사가 직접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을 내세웠다. 박 변호사는 “실장, 부장으로 불리는 사무장들의 상담을 받으면서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은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헬프미는 자신들처럼 수년 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를 스타트업과 공생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세 변호사는 청년창업가 대상 스타트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온라인 창업을 앞둔 고객의 비지니스모델의 적합성 여부를 검토해주기도 했다.
“누구든 법률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헬프미에 접속하시고, 필요한 정보를 얻어가길 바랍니다. 법률시장의 구글이 되는 게 우리 목표입니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 변호사의 당찬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