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차 값의 최대 30%를 깎아주는 파격 할인에 나서고 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대당 900만원이 넘는 액수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중국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는 지난 7일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스파오(구형 스포티지)의 모든 모델에 대해 일률적으로 5만위안(한화 938만원)을 내리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 합작 법인 형태로 진출한 이래 이렇게 큰 규모로 할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GM, 폭스바겐마저 할인 공세에 나섬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더 파격적인 가격 인하로 중국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평균 14만4800(2716만원)~22만9800위안(4311만원)이던 스파오의 가격은 10만9800(2060만원)~14만6800위안(2754만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스파오는 2007년 출시된 구형 모델로 내달 신형 스포티지가 출시될 예정임에 따라 '단종 차량 떨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스파오 2.0 프리미엄 2WD AT는 기존 19만6600위안(3688만원)이었으나 14만6000위안(2739만원)으로 조정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내달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가격 할인 행사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스파오는 출시된 지 10년 이상 된 차종"이라고 말했다.
둥펑위에다기아는 또 다른 SUV 즈파오(스포티지R)도 가격 할인에 나섰다.
모든 모델이 일률적으로 2만위안(375만원)씩 인하됐다. 이에 따라 즈파오 2.0 GL MT의 가격은 기존 16만4800위안(3092만원)에서 14만4800위안(2716만원)으로 낮아졌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도 투싼(ix35)의 모든 모델에 대해 2만3000위안(431만원)씩 깎아주기로 했다. 이는 오는 10월 중순 신형 투싼이 출시될 예정인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가격을 너무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를 사면 일정 부분을 보상해주는 인센티브와 달리 가격을 할인해 주면 나중에 가격 인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폭스바겐 등 외국 브랜드들도 이미 상반기에 가격 할인 경쟁에 합류했다. GM도 11개 차종 가격을 1만(188만원)∼5만4000위안(1018만원)씩 내리기는 했으나 현대기아차만큼 할인 폭이 크지는 않다.
국내에서 차를 팔 때도 곧 단종되는 차량에 대해서는 평균 400여만원 정도의 인센티브만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너무 싼 값에 차를 팔고 있는데다 글로벌 업체들이 대거 할인하고 있어 우리도 동참하는 상황"이라면서 "우리의 경우 하반기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어 할인 폭이 커 보이는 것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트렌드에 맞춰 연비와 성능이 개선된 터보 모델 추가 투입과 사양을 조정한 신규 트림 출시 등을 통해 판매를 늘릴 방침이다.
특히 중추절, 국경절 등 연휴가 몰려 있어 자동차 성수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9월 신형 투싼과 10월 신형 K5 출시로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내년 초에는 신형 스포티지를 출시해 중국에 부는 SUV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