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내 강경파의 반발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난관에 봉착했다.
11일(현지시간)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 의회에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위한 개혁안에 대한 표결에서 전체의원 300명 가운데 251명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자신이 대표로 있는 시리자 소속 의원 17명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시리자 내 강경파인 ‘좌파연대(Left Platform)’ 계열 의원 40명 중 2명은 반대표를 냈고, 8명을 기권했다. 또 7명은 투표에 불참하며 총 17명이 총리를 지지하지 않았다.
특히, 좌파연대를 이끄는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부 장관과 조이 콘스탄토풀루 국회의장 등 장관 2명과 국회의장이 치프라스 총리 지지를 거부해 논란이 됐다.
지난 1월 총선에서 시리자는 149석을 얻고 의석수가 13석인 독립그리스인당(ANEL)과 연정을 구성해 전체 의석 300석의 과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 17명이 모두 탈당한다면 의석이 145석으로 줄어 연정이 붕괴할 수도 있다.
이날 그리스 민영방송 메가TV에 출연한 가오르고스 스타타키스 경제부 장관은 정부의 개혁안을 지지하지 않은 의원 17명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또 찬성표를 던지지 않는 장관 2명을 교체하는 개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혁안 표결 직후 치프라스 총리는 “우선순위는 협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는 것이지만 나머지 모든 일은 적시에 조치될 것”이라겨 개각 등의 후속 조치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그는 일단 장관 2명만 교체하는 개각을 진행하고 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시리자 정부의 개혁안 이행 능력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해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과의 신뢰를 쌓고자 추가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도 크다
이날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를 앞두고 예룬 데이셀블룬 유로그룹 의장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뢰”라고 강조하며 그리스 정부가 개혁안을 수년간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스타타키스 장관은 시리자 정부가 협상과 관련된 법안을 의회에서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 일부는 시리자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시리자 의원 17명이 사퇴 후 보궐선거를 통해 과반의석을 확보하거나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에 합의한 이후 총리직을 사퇴하고 조기총선을 치르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시리자의 지지율은 전 집권당인 제1야당 신민주당(ND)보다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에 치프라스 총리가 조기총선을 결심해도 재집권할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업체 메트론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리자의 예상 득표율은 38.5%로 신민당의 19.1%보다 9.4%포인트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