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무시 감축안에 재할당 촉구 = 1일 전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안과 관련해 “유럽·미국과 다른 한국 산업구조 특성, 업종간 특성을 고려해야한다”며 “유럽이나 미국은 제조업이 사양산업지만 아직 국내는 제조업 중심으로, 갑작스럽게 신재생 업종으로 전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투자 위축이나 해외로 공장 이전 등 국내경제에 부작용 현상 생길 수 있어 감축하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제도적 제정적 지원 등을 하면서 감축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도 “석유화학산업은 사업장 규모가 워낙 커 온실가스 감축 자체가 부담”이라며 “또 석유화학업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보이고 있어 추가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해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30개 경제단체와 발전·에너지업종 38개사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안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감축안이 국가 경제와 국민 일자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국민 부담이나 산업현장의 현실보다 국제 여론만을 의식한 이번 정부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최고의 에너지 효율 달성과 최신의 감축기술을 적용하는데, 추가 감축을 위한 제반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과도한 감축목표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또 하나의 암 덩어리 규제가 될 것이라는 것.
산업계는 감축수단으로 제시된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약진, 엔저 쇼크, 메르스 여파 등 극심한 경제절벽의 상황에서 감축목표는 국가 경제를 2%대의 저성장 늪으로 빠트릴 가능성이 커 정부의 적극적 재검토와 배출권의 재할당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온실가스 감축안 내용은 ?= 정부는 30일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보다 37% 감축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확정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 BAU인 8억5060만톤 대비 37% 감축한 5억3587만톤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11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를 8억5060톤으로 산정하고 4개의 감축목표안을 제시했다. 1안은 BAU의 14.7% 감축, 2안은 19.2%, 3안은 25.7%, 4안은 31.3% 감축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중에서 3안(25.7%)을 채택하되, 나머지는 국제시장을 통해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자국 내 감축을 통해 6억3200만톤을 배출하고 나머지 온실가스 감축분인 11.3%포인트는 국제시장에서 탄소 크레딧(배출권)을 사온다는 계획이다.
이날 정부가 공개한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는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2020년 BAU 대비 30% 감축한 배출량 5억4300만톤보다는 700만톤 낮은 수치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정부안이 과소 산정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업계는 현재의 경제성장률 추세와 산업구조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2030년에는 최소 9억톤 이상의 배출 전망치가 추산돼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산업계의 직접적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법 등의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에너지 신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2017년 4조6000억 달러로 예상되는 세계 에너지신산업 시장을 선점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에너지 신산업 시장형성을 위한 적극적 지원책을 담은 ‘에너지 신산업 육성 특별법’(가칭) 제정도 추진한다.
이외에도 산업계의 감축률을 2030년 산업부문 BAU 대비 최대 12%로 낮췄으며 발전(원전추가 고려), 수송, 건물 등의 추가적 감축여력을 확보하고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 등을 중점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