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코넥스 기업 리포트가 최소한 1년에 1개는 나와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30일 코넥스 시장 활성화에서 증권사 역할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투자자에게 올바른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제1책임이 기업 당사자만큼이나 증권사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황 실장은 “코넥스 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공시의 필요성 인식이나 공시 이행능력 수준이 매우 낮다”며 “아직 경험이 없고 준비가 덜 된 코넥스 기업의 정보를 시장에 올바로 전하는 역할을 증권사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과 비교하면 코넥스시장의 공시의무는 매우 가벼운 편이다. 1년에 한 번 사업보고서를 내면 되고 분·반기 보고서는 의무적으로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마운 조치지만 투자자에게는 시장 참여가 꺼려지는 요인이다. 이 와중에 지난해 나온 코넥스 상장사에 대한 증권사의 보고서도 총 12건에 그쳤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지정자문인 증권사 14곳 중 6곳만이 보고서를 발간했다. 코넥스 기업의 공시가 활발하지 않은 것과 더불어 증권사의 정보 제공량도 적어 투자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지정자문인 수를 51개사로 확대했다. 현재 설립된 증권사의 90%에 해당하는 규모다.
황 실장은 “정보 제공량을 늘리려면 누군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현재는 이를 기업에서 모두 부담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증권사가 비용 부담을 나눠서 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넥스 시장이 활성화되고 많은 기업이 성장해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IPO 대금이나 여러 가지 수혜를 증권사에서 확보할 수 있다”며 “이러한 선순환을 위해 증권사가 우선 투자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코넥스 시장 접근성 완화와 관련한 조치들에 대해서도 황 실장은 정보 부족 문제의 해결이 더욱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넥스시장 활성화 방안에는 개인투자자 예탁금을 기존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예탁금 수준에 관계없이 3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 소액투자전용계좌도 도입된다.
황 실장은 “투자자 진입 측면에 있어서 큰 허들을 하나 넘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이것을 통해 투자자가 더 많이 들어올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정보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투자자에게 친절한 시장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코넥스 시장의 성장 정체와 관련해서는 기업이 코넥스 시장에 등록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벤처협회와 일부 기업들이 주장하듯이 코넥스 시장 규제가 강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초반 코스닥시장에서 닷컴버블이 꺼진 후 한때 높아졌던 상장 문턱은 2004년 이후로 계속 완화되는 추세다. 현재 상장기준으로 상장 가능한 기업 수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황 실장은 “기준이 엄격해서가 아니라 코스닥 시장으로 가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할 코넥스시장이 그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인기가 없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범 당시 21개였던 코넥스 상장사가 현재 75개로 늘어나는 동안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8개에 불과하다. 아진엑스텍, 메디아나, 테라셈, 랩지노믹스, 하이로닉, 아이티센, 베셀과 지난 26일 코스닥 이전상장 승인을 받은 칩스앤미디어다.
그는 “코넥스 시장은 기업이 코스닥 상장사로서 얼마나 클 수 있는지 가늠하는 테스트 베드”라며 “현재 상장회사 수의 10배 이상으로 될 수 있는 한 많은 기업들이 코넥스에 들어와서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고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