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사진)는 한국금융학회 신임 회장은 5일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며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빚만 증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고려대 경영대 학장과 한국재무학회 회장, 한국증권학회 부회장 등을 지낸 장 교수는 이날 금융학회 정기총회에서 25대 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다음달 1일부터 1년이다.
장 회장은 한국금융학회가 ‘위기의 한국 금융-정부와 금융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심포지엄에서 “가계가 저축의 주체가 아니라 부채의 주체가 됐다”며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 문제”라며 “금리 인상에 대비해 가계소득을 늘릴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이 빚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1099조3000억원으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64%에 달한다.
장 회장은 국내 금융산업에 대해 “기득권체제에 안주해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면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며 “금융산업의 독과점 구조를 과감하게 깨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기술금융 확대 정책과 관련해선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기술력뿐 아니라 미래 사업성을 더 크게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은행 매각에 대해선 “반드시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분산 매각을 통해 KB, 신한, 하나금융과 같이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