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계열 운용사 상품을 앞세워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을 제한하는 ‘50%룰(rule)’를 위반했다. 펀드 경쟁력을 따지기보다 계열사 상품을 우선 추천하는‘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은행권 및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NH농협 등 7개 은행의 1분기 계열 자산운용사 신규 펀드 판매잔액은 1조990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1조4172억원과 비교하면 31%나 급증했다.
일감 몰아주기가 가장 심각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KB자산운용 신규 펀드 판매잔액은 8435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전체 펀드 판매의 58.49%가 KB자산운용 상품이란 얘기다.
이는‘50% 룰’위반이다. 지난 2013년 금융당국은 부당영업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50%룰’을 도입했다. ‘50%룰’이란 은행, 증권, 보험사가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팔 때 판매금액을 전체 연간 펀드판매액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일종의 비율 규제다.
신한은행 역시 계열사 펀드판매 집중 현상이 심각했다. 신한은행에서 판매하는 신한BNPP자산운용의 신규 펀드 판매잔액은 6364억원이다. 신한BNPP자산운용의 전체 판매액 가운데 35.91%에 달하는 것이다.
이밖에 산업은행은 KDB인프라자산운용 40%, NH농협은행 NH-CA자산운용 22%, 하나은행 하나UBS자산운용 9%, 외환은행 하나UBS자산운용 2% 등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계열사 밀어주기가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는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펀드판매 실적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계열사 펀드를 판매하면 우선점을 준다. 실제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이 낮은 A은행은 올해 KPI에 ‘계열사 협업 배점’까지 신설했다. 지난 2013년‘50%룰’도입 당시 금융당국은 계열사 펀드 판매시 직원에게 줬던 인센티브 제도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던 것을 감안하면 정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고객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상담을 진행할 때 펀드 경쟁력보다 계열사 펀드를 우선 추천하기 때문에 고객 선택의 폭은 그만큼 줄 수밖에 없다.
A은행 관계자는 “50%룰이 도입되면서 직원들 KPI에 계열사 펀드판매 항목이 줄기는 했지만 암묵적으로는 좀 더 배점을 두고 있다”며 “1%대 금리에 고객이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도 계열사 펀드판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