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으로 형 선고 효력이 상실된 경우라도 재판을 다시 해달라는 청구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1973년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살았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손영길(83) 전 준장에 대한 재심 상고심에서 손 전 준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21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특별사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확정된 유죄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과 그에 따른 유죄의 판단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유죄의 확정판결은 재심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특별사면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재심청구권을 박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 재심제도를 두고 있는 취지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면소판결 사유인 '사면'은 일반사면만을 의미하므로, 재심개시결정 이전에 특별사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재심심판절차를 진행하는 법원은 특별사면을 이유로 면소판결을 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물러나게 하고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게 쿠데타 음모설로 번져 윤 전 사령관과 그를 따르던 장교들이 횡령과 수뢰 혐의 등으로 처벌된 사건이다.
손 전 준장도 이 사건에 휩쓸려 업무상 횡령죄,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관한 긴급명령위반죄 등으로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그는 항소심까지 거친 뒤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1973년 8월 군에서도 제적조치를 당했다. 손 전 준장은 이후 1980년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는 2010년 고등군사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개시결정 끝에 2011년 서울고법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검찰은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경우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이견을 보이며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