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칼럼] 금융인 적격성 심사 철저하게

입력 2015-05-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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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기만 하면 정치권의 줄을 타고 전문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금융회사 CEO나 감사 등 임원으로 내려와 우리 금융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비전문인의 금융회사 임원 선임은 그 금융회사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체 발전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 악화의 원인이 되어 국민 전체의 피해로 귀결된다는 의미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사람들은 전문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정치권과의 연계로 독립성, 투명성과 윤리의식이 다른 금융 전문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금융인의 윤리의식 부재가 그 회사에 그리고 사회에 얼마나 큰 충격파를 주는지 베어링(Baring) 은행 사태를 통해 읽을 수 있다.

1991년 닉 리슨(Nicholas Leeson)이란 매우 유능하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가 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영국의 베이링(Baring) 은행 직원 공모에 응모하였다. 영국에서는 금융회사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적격성 심사(Fit & Proper Test)를 통과하여야 한다. 심사항목 중에 “귀하는 신용카드 연체 사실이 있습니까?”란 항목이 있었다. 리슨이 없다고 답하였으나 조회해본 결과 몇 년 전 우리 돈으로 20여만 원에 상당하는 연체 사실이 있음을 발견하고 본사 근무 부적격자로 판정하여 취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경영자는 너무 똑똑한 젊은이를 놓치고 싶지 않아 적격성 심사가 까다롭지 않은 싱가포르 지점에 발령내기로 하고 채용하였다. 1992년부터 싱가포르 지점에 근무하면서 경영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리슨은 장부상으로 많은 이익을 회사에 안겨주어 1994년 연봉 15만 달러에 100만 달러의 성과급을 받기도 하였다.

리슨은 이익이 발생하면 정식 계좌에 보고하고 손실이 나면 특수계좌에 감추는 식으로 운영하여 장부상 이익을 기록하였으나 추후 조사에 의하면 매년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그는 당시 일본 NIKKEI225지수선물 차익거래와 스트래들을 매도(short straddle)하였으나 설상가상으로 1995년 고베지진이 발생함으로써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13억 파운드라는 거액의 손실을 발생시켜 2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베어링(Baring) 은행은 단돈 1파운드에 네덜란드의 ING은행에 매각되고 말았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교훈은 금융회사에서 헤지거래와 내부통제시스템을 중시하여야 한다는 사실이지만, 더욱 중시해야 할 교훈은 사소할지라도 도덕적 흠결이 있는 단 한 명의 직원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회사는 다른 제조회사와 달리 국민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특수한 직종으로서 남다른 전문성,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겸비된 사람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저축은행 회장의 사건, 은행지점장의 고객돈 횡령사고, 신용협동조합 또는 보험회사 직원의 횡령사건, 그리고 증권사 간부의 사고 등 심심찮게 금융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물론 투자 결과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은 투자자 자신이 지겠지만 기본적으로 금융회사 직원들은 신의성실에 입각하여 남의 재산을 관리해야 할 책임과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으면 얼마든지 사고를 낼 개연성이 대단히 높은 직종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에 진출하려는 사람은 신입사원뿐 아니라 임원의 경우도 엄격한 적격성 심사를 받게 하고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잠재적으로 윤리의식이 결여될 수 있는 소양이 있으면 아예 취업 자체를 금지시키고 일단 진출한 후라도 근무 도중 사고를 낸 경우 영원히 금융권에 재취업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금융권에 근무하고 있는 금융인들이 금융인이란 사실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된다.

모든 금융인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금융감독 당국이 직접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격성 심사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감독당국이 매뉴얼에 대한 검증을 한 후 자율규제 기구에서 적격성 심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금융 중심지가 되겠다고 천명하고 몇 년 동안 준비를 하고 있다. 어학과 금융전문지식을 갖춘 전문인력 못지않게 윤리의식을 겸비한 금융인 확보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가 되기 위한 선결 과제일 것이다.

각 금융회사들이 일정한 비용을 갹출하여 선거과정에 신세를 진 사람들 풀을 만들어 차라리 일정기간 생활비를 지급하고 비전문가들의 금융회사 진출을 막는 것이 금융회사를 위해서, 우리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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