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경험이 전혀 없는 20∼30대 청년 실업자 수가 1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취업 시장에 진출조차 못해 본 20∼30대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지난달 기준 9만5천 명으로 집계됐다. 20대가 8만9천 명, 30대는 6천 명이었다.
합계치로는 카드사태가 있었던 2003년 1월(9만7천명)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보통 취업 경험이 없는 실업자는 졸업 시즌인 2월에 연중 최고치가 됐다가 갈수록 낮아지는 특성을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20대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2월에 7만2천 명까지 올랐다가 3월 5만1천 명, 4월 4만7천 명, 5월 4만 명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졸업 시즌이 지났는데도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한 실업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해 2월 7만9천 명이던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3월 7만1천 명으로 소폭 줄었다가 한 달 만에 8천 명이 증가했다.
20∼30대 실업자 가운데 취업 경험이 없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15.1% 였다. 청년 실업자 100명 중 15명은 일자리를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셈이다. 20대의 경우 취업 무경험 실업자 비중이 21.1%나 됐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2%로, 매년 4월 수치로만 따지면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 준비나 육아·가사 같은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쉬고 있는 20대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고용동향 조사에서 그냥 쉬는 20대 인구는 25만 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3% 증가했다.
정부의 각종 일자리 정책에도 취업 경험이 전무한 20∼30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 탓에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 377개를 대상으로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 규모는 작년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줄일 계획인 기업을 대상으로 이유를 묻자 체감경기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답변 비율이 28.2%로 가장 많았다. 정년연장·통상임금 문제가 29.6%, 정치·경제의 불확실성 증가가 14.5%로 뒤를 이었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장은 "기업의 신규 채용 규모가 줄어든 데다 결원에 따른 구인 수요마저 줄었다"며 "불안한 경제 상황 때문에 기존 직장에 계속해서 남아있으려는 근로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청년들은 업무에 배치하기까지 훈련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가 취업 무경험 실업자 수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