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현대그룹서 분리…총자산 4조1000억 재계 30위
건설ㆍ호텔ㆍ백화점ㆍ제조업 부문 16개 계열사 거느려
현산, 현대EPㆍ현대아이파크몰 등 11개 계열사 대주주
정몽규 회장 현산 13.34% 및 아이콘트롤스 통해 영향력
현대산업개발을 기반으로 건설 분야에서 ‘한우물을 파 온’ 현산그룹은 최근 2~3년새 호텔, 백화점, 제조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범위를 날로 확대해 가고 있다.
호텔아이파크는 지난 2005년 4월 강남구 삼성동에 6성급 특급호텔 ‘파크하얏트서울’을 오픈했다. 현대아이파크몰은 지난해 8월 서울 용산에 패션전문 백화점 ‘현대아이파크몰’을 개장했다.
건설업 외에 유통ㆍ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현대산업의 회심의 카드라는 평가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563억원을 투자해 영창악기제조를 인수, 악기사업에도 뛰어 들었다.
◆현대百그룹 이어 범현대가 서열 5위
이를 통해 현대산업개발그룹은 지난 1999년 8월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지 6년여만인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규모로 발표(2006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한 재계 순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 30위(4조1000억원)에 올라있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범(汎) 현대가(家)’ 중에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이하 재계순위 2위), 현대중공업그룹(8위), 현대그룹(14위), 현대백화점그룹(28위)에 이어 서열 5위다.
공정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만도 16개사에 이른다. 주력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아이파크, 현대아이파크몰, 영창악기 외에도 현대EP(자동차 부품), 아이콘트롤스(홈네트워크 및 지능형교통시스템), 케이에이취(경영 컨설팅), 아이서비스(종합 부동산 서비스), 아이앤콘스(중소주택상가 개발 및 건물리모델링), 아이앤이(전기 및 건축기계설비), 커즈와일(디지털 악기 제조)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또 유일한 금융회사 아이투자신탁운용을 비롯, 프로축구단 아이파크스포츠, 민자 SOC 업체인 남양주아이웨이, 평택아이포트, 북항아이브리지 등도 있다.
지난 2005년 그룹 매출(2006년 4월 공정위 2006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발표 기준) 규모는 2조9080억원, 순이익은 3270억원에 달하고 있다.
◆ 지난해 그룹 매출 2조9080억원 분가후 홀로서기 성공
현대산업개발그룹이 계열분리 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과 2세 최고경영자인 정몽규(45ㆍ사진)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룹 주력사인 현대산업개발은 1977년 현대양행의 계열사인 한라건설로 출발해 1979년 현대그룹으로 편입됐던 종합건설업체다.
설립초기에는 해외건설에 주력하다 해외건설 경기침체로 곤란을 겪었다. 1986년 11월 주택건설 전문업체인 한국도시개발 흡수합병하면서 주택분양사업 및 도급공사 부문으로 사업전환을 꾀했다.
정주영 회장의 넷째 동생인 정 명예회장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 ‘포니 신화’를 일군 주인공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로 꼽히며 현대차에서만 32년을 보낸 고 정 명예회장은 지난 1999년 8월 현대그룹에서 분가, 아들 정몽규 현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둥지를 옮겼다.
현대산업개발은 계열분리 후 독자 생존에 완벽히 성공했고, 오히려 현재는 계열사 시절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현대산업개발 11개 계열사 최대주주 사실상 지주회사
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시공능력 종합평가(대한건설협회)에서 평가액 4조6700억원으로 대우건설-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대산업에 이어 업계 6위에 올라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계열 분리 당시인 1999년 매출이 2조812억원, 순이익은 799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5년 각각 2조3777억원, 3227억원에 이어 지난해 1~3분기에는 1조7056억원, 2126억원을 기록했다.
계열분리 후 매출액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기업 평가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순이익은 무려 4배나 증가한 셈이다. 계열분리 이후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아파트 브랜드 ‘I-PARK’를 프리미엄 아파트의 대명사로 올려놓는 데에도 성공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산업개발은 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현대EP(이하 현대산업개발 보유 지분율 53.5%)을 비롯, 영창악기제조(57.3%), 아이앤콘스(95.2%), 아이서비스(55.2%), 아이파크스포츠(100.0%), 현대아이파크몰(47.7%), 호텔아이파크(100.0%), 케이에이취(9.2%), 북항아이브리지(100.0%), 평택아이포트(91.6%), 남양주아이웨이(100.0%) 등 11개 계열사의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이어 영창악기와 아이콘트롤스가 각각 커즈와일, 아이앤이를 100%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정몽규 회장 특수관계인 포함 19% 보유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규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인 현대산업개발의 최대주주로서 13.34%의 지분으로 그룹 지배기반을 갖춰놓고 있다.
고 정 명예회장의 맏사위인 노경수 서울대 교수 0.93%, 둘째딸 정유경씨 0.71% 등 특수관계인 10명을 포함한 지분은 19.27%(자사주 2.39% 포함) 수준이다.
용산고등학교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 유학한 후 1988년 아버지 고 정세영 명예회장이 CEO로 있던 현대자동차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한 정 회장은 이후 현대자동차 이사(1980년), 상무(1991년), 전무(1992년), 부사장(1993년)을 거쳐 1996년부터 대표이사까지 지냈다.
그러나 정 회장은 99년 3월 큰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자동차를 정몽구 회장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함에 따라 정세영 명예회장을 비롯해 가신들과 함께 사흘 만에 대표이사 자리를 사임하고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로 옮겨 왔다.
건설업계에서는 그동안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자동차를 만들던 경영진들이 건설업을 잘 하겠느냐’며 우려의 시선을 보낸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에서 건설이라는 생소한 분야로 옮겼기 때문이다.
◆아이콘트롤스, 정 회장 그룹 지배기반 형성 한 몫
정회장은 1999년 취임 직후부터 전국 150여곳의 건설현장을 일일이 방문, ‘건설공부’부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재고관리와 원가분석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경영기법을 접목시켰다.
현산그룹에 이같은 경영혁신이 정착되면서 부친인 정 명예회장이 지난 2005년 5월 별세한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고속 성장을 하고 있고, 호텔, 백화점, 제조업에 진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현산그룹 지배구조에서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가 정몽규 회장이 지배기반을 갖춰놓는데 한 몫하고 있다는 점도 또다른 특징이다.
아이콘트롤스는 계열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현대산업개발 지분 1.62%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콘트롤스는 정몽규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51.08%의 지분을 갖고 있다.
비록 적은 지분이나마 정몽규 회장-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지배구도를 만들어 놓고 있는 셈이다.
아이콘트롤스는 지난 1999년 9월 설립된 홈네트워크 및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업체다.
지난 2005년말 현재 자본금은 28억원, 총자산은 457억원 규모로 2005년 매출 453억원, 순이익 81억원을 기록,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