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패배 책임론을 두고 촉발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간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재보선 패배 책임을 물어 ‘패권청산’을 주장하던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내년 총선 공천권을 요구하고 나섰고, 친노는 이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계파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전날 문 대표가 비노 측 비판을 정면으로 받아치는 내용의 성명을 준비했다가 중단한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15일 당내 분위기는 폭풍전야처럼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번 파문의 도화선 역할을 한 주승용, 정청래 최고위원이 불참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는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희망도 미래도 없다”고 강조하는 등 정면돌파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또한 지도부는 총선 공천권 요구나 ‘지분 나눠먹기’엔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계파논리나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면서 “공천지분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득 최고위원도 “친노패권주의를 없애라는 말에는 저도 동의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이 뭔가”라며 “패권주의 청산이 정확히 인사 문제냐 공천권 문제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천권 문제라면 포기하라고 하면 되고, 시스템 문제면 시스템을 바꾸면 된다. 떳떳이 밝힐 수 없는 문제여서인지 알듯 모를 듯한 얘기만 해서는 공멸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당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화합과 단결”이라며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당분간 ‘휴전의 시간’이 필요한 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비노진영은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문 대표 측이 ‘지분 요구’라고 규정하고 역공하자 “지분 나눠먹기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반발했다.
당내 원외 상임고문들을 주축으로 한 비노 원로들의 조찬회동에서 권노갑 상임고문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절대 그런 지분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이용희 고문은 문 대표를 겨냥, “참 웃기는 사람이다. 공정한 룰을 밝히면 되지 또 불을 지르나”라면서 “나눠먹기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도 했던 건데 자기가 뭐 대단하다고 그러나”라고 반문했다.
전날 비노의원 모임에서 공천권 문제를 제기했던 유성엽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이 아닌, 당의 갈등을 수습하자는 충정에서 나온 해법”이라며 “공천혁신특위 구성 제언을 즉각 수용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제 주장을) 공천권 지분을 요구한 것으로 몰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인격 모독이자 진의가 왜곡된 것”이라며 “지분 나누기가 아니라 공천 혁신을 하자는 것으로, 어찌보면 문 대표와 입장이 같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도 계속됐다. 원로 조찬회동을 마친 후 정대철 상임고문은 “내가 문 대표라면 물러나겠다. 큰 걸음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면 좋지 않은가”라고 했고, 김상현 상임고문도 “문 대표가 결단을 해야 될 것 아니냐는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선 ‘문 대표가 사퇴할 일이 아니다’라는 응답이 53%로,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33%에 그쳤다. 특히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선 문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할 일이 아니라고 한 답변이 81%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314명)의 62%도 문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할 일이 아니라고 봤고,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만 ‘사퇴해야 한다’(54%)는 의견이 ‘그럴 일 아니다’(30%)라는 답변을 앞섰다. 비노 진영에서 약한 명분으로 ‘문재인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친노 측 주장에 힘을 싣는 조사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