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시내버스 안에서 어머니뻘 되는 70대 할머니를 폭행한 40대 여성의 신병 처리를 놓고 경찰이 고민 끝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1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폭력을 마구 휘두르는 A(40)씨의 영상이 유포됐을 때만 해도 구속 수사는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이 여성이 지적장애 3급이고, 조울증(양극성 장애)을 앓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특징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망상이나 환상, 정신 착란 등에 빠질 수 있다는 의료계의 의견을 받으면서다.
승객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른 A씨의 행동이 이 질환 탓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다른 승객들에 의해 버스에서 쫓겨나고서도 자신의 집 앞 복도에서 "조용히 하라"고 말한 이웃 주민의 얼굴을 때리고 달아나는 등 지난달 중순부터 열흘간 4차례나 행패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횡설수설했다.
심지어 자신이 저지른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마저 보였다.
최기영 청주 상당경찰서장은 "조사 과정에서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이 여성을 강제 입원을 시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치료가 먼저냐, 처벌이 우선이냐를 놓고 경찰이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을 택했다.
이런 결정에는 죄질이 좋지 않은 점도 작용했겠지만, A씨의 어려운 가정환경도 고려됐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일 뿐 아니라 A씨를 돌봐줄 마땅한 보호자도 없는 형편이다.
A씨의 남편이 골절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돼 교도소에 수감되고 재판부가 치료감호 처분을 내리면 A씨는 보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당장 강제 입원시키기보다는 A씨가 죗값을 치르면서 치료받을 길을 선택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최 서장은 "경찰 처지에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더 끼칠 수 있는 A씨를 사회에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라며 "영장이 발부돼 격리된다면 보호시설 내에서의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