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상품을 수출하면서 대금을 엔화로 받는 비율이 처음으로 2%대로 추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또 한 차례 경신했다. 이는 대(對) 일본 수출 감소, 엔화 약세 등으로 결제통화로서 엔화의 매력도가 떨어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결제통화별 수출입’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수출 대금 가운데 엔화로 결제된 비중은 전분기보다 0.3%포인트 하락한 2.7%를 기록했다. 이는 100만원어치를 수출했을 때 2만7000원을 엔화로 받았다는 뜻으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낮다. 수출 대금의 엔화 결제 비중은 작년 1분기(3.2%)에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2‧3분기 3.1%, 4분기 3.0%로 줄곳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잇다.
수출 대금 결제에서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6∼7%대, 2000년대 중반까지 5%대였으나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2011년 4.4%에서 2012년 4.3%, 2013년 3.5%, 2014년 3.1% 등으로 4년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와 달리 수입 대금 결제에서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분기보다 0.6%포인트 ‘반짝’ 상승한 5.6%로 집계됐다.
천지연 한은 경제통계국 조사역은 “엔화의 결제 비중이 수출 부문에서 줄어든 것은 일본 수출이 줄어든 것이 주요인이다”며 “수입에서는 달러화 비중이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해 엔화 비중이 상대적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엔화 약세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이 엔화 결제를 피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수출액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1분기 86.5%로 전분기에 비해 0.2%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2002년 3분기(86.5%) 이후 12년 2분기내 가장 높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화가 수입액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3.0%로 0.8%포인트 감소했다.
천 조사역은 “미국 경기회복세로 대(對)미 수출이 늘면서 달러화 결제 비중은 증가했다”며 “이와 대조적으로 수입에서는 저유가로 원유 수입이 감소하면서 달러화 결제 비중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위안화 결제 비중은 올 1분기 수출에서는 0.5%로 전분기와 동일했다. 수입은 0.3%로 3개월 전에 비해 0.1%포인트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