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활기를 띠자 은행들이 계열 운용사 상품을 앞세워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들은 펀드 경쟁력을 따지기보다 계열사 상품을 우선 추천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은행권 및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신한, KB국민, NH농협 등 7개 은행의 계열 자산운용사 판매잔액은 37조2443억7600만원이다. 전체 판매잔액이 102조3707억8200만원임을 감안하면 36%가 계열사 펀드로 판매되고 있다는 얘기다.
IBK자산운용의 총 판매잔액이 9조6794억원임을 감안하면 57%의 물량이 기업은행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기업은행은 판매사 가운데 유일하게 계열사 비중이 50%를 넘겼다.
신한은행 역시 ‘제 식구 감싸기’가 심각했다. 신한은행에서 판매하는 신한BNPP자산운용의 펀드판매 잔액은 9조5508억원이다. 신한BNPP자산운용의 전체 판매액 가운데 45%에 달하는 비중이다.
수탁고 1위 운용사를 계열사로 둔 KB국민은행은 계열사 판매잔액이 10조2244억원을 기록, 그 비중이 36%로 나타났다.
이 밖에 산업은행(KDB인프라자산운용, 33%), NH농협은행(NH-CA자산운용, 30%), 하나은행(하나UBS자산운용, 26%), 외환은행(하나UBS자산운용, 2.25%)으로 각각 집계됐다.
은행의 계열사 밀어주기가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는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펀드판매 실적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계열사 펀드를 판매하면 우선점을 준다. 실제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이 가장 낮은 A은행은 올해 KPI에 ‘계열사 협업 배점’까지 신설했다.
지난 2013년 금융당국에서 부당영업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50%룰’을 도입했지만 판매사들의 계열사 감싸기는 여전하다. ‘50%룰’이란 은행, 증권, 보험사가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팔 때 판매금액을 전체 연간 펀드판매액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일종의 비율 규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고객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상담을 진행할 때 펀드 경쟁력보다 계열사 펀드를 우선 추천하기 때문에 고객 선택의 폭은 그만큼 줄 수밖에 없다.
A은행 관계자는 “50%룰이 도입되면서 직원들 KPI에 계열사 펀드판매 항목이 줄기는 했지만 암묵적으로는 좀 더 배점을 두고 있다”며 “1%대 예적금에 고객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도 계열사 펀드판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