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언론과의 인터뷰 녹취록 전문이 15일 공개됐다.
경향신문이 이날 검찰 특별수사팀에 녹음파일을 제출한 뒤 공개한 녹취록에는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여권 인사 8명 중 5명에게 금품을 건넨 구체적인 정황이 나온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성 전 회장은 먼저 무리한 수사가 이완구 총리 때문이라며 원망의 내색을 비췄다. 그는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는데, 이완구 총리가 사정대상 1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서도 성완종에게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청와대하고 총리실에서 (사정을) 주도한 게 아니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이완구 총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의식해서 얘기가 많았다. 내가 반기문과 가까운 것은 사실이고 동생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충청)포럼 창립멤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요인이 제일 큰 게 아닌가 (싶다). 너무 욕심이 많다. 그 양반(이 총리)은"이라며 이 총리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녹취록에는 이미 알려진 대로 허태열 전 비서실장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각각 7억, 10만달러를 건넸다는 내용이 나온다. 성 전 회장은 허태열 전 실장에 대해 "많이 지났는데 몇 달에 걸쳐 7억원 주고 리베라호텔에서 만나서 몇 회에 걸쳐서 줬다. 사실 그 돈을 가지고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른 것"이라며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2007년 대선 캠프 때 제가 많이 도왔다. 기업하는 사람들이 권력의 핵심에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시할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김 전 실장에 대해서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깨끗한 사람으로 돼 있다. 2006년 9월에 벨기에와 독일 갔었는데, VIP(박근혜 대통령) 모시고 갈 때 이 양반(김 전 실장)이 야인으로 놀고 계셨다. 10만불, 달러로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내가 전달해 드렸고 수행비서도 따라왔다. 서로서로 돕자는 이런 의미에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자신이 몰랐던 금품 공여내역이 있었음을 언급했다. 성 전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우리 마누라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후배한테 돈을 18억원인가 그렇게 해 줬다, 그 부분은 내가 전혀 몰랐지만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다"고 밝혔다. 또 "제가 그 홍준표 당 대표로 나갔을 때, 2011년쯤 됐을 것이다. 내가 홍준표를 잘 안다. 1억원을 윤○○ 있잖아요. ○○일보 윤○○를 통해서 전달했다. 공천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고 아무런 조건 없이 그렇게 했는데 그런 식으로 하니까 너무 배신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성 전 회장은 이렇게 언론인터뷰를 통해 모든 것을 밝히려한 이유도 전했다. 그는 "검찰 조사도 자원(외교 비리 의혹)이 없으면 그만 둬야지 마누라와 아들, 형님들 다 (조사)해가지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검찰도 가로치기(별건) 수사 못하게 돼 있지 않나, 자기들도 수차례 발표했다. 말이 안 되는 거다"라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포스코는 비자금 (의혹 사건)만 수사하지 않나. 우리는 자원수당(성공불융자금 횡령 혐의가) 없으니 '가족 관계자 압력이다', '분식회계다', '비자금이다' 등등 하면서 (수사를) 다 하잖나. 말이 되나. 포스코하고 우리하고 대비되지 않나"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성 전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깨끗한 정부, 진짜 박근혜 대통령이 깨끗한 사람을 앞으로 내세워서 깨끗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꼭 좀 도와달라.우리 장학재단 관련된 사람들, 이 사람들이 잘 재단을 지켜주길 바라고. 우리 장학금 받은 학생들이 성완종이란 사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꼭 좀 인식시켜 주도록 써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