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이 연체될 경우 일방적으로 하루 0.5%의 연체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우리 기업들이 자칫 임금을 대거 체불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15일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 매일 0.5%의 연체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노동규정 관련 세칙을 2008년 우리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2010년 9월부터 기업들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월 15%에 이르는 고이자로서 남북 간 대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입주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세칙 제정도 남북 합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세칙 시행을 막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채택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는 임금 체불시 연체료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북측 기관에 납부하는 사회보험료에 대해서만 ‘제때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매일 0.05%의 연체료를 물린다’고 규정돼 있다. 이 관계자는 “임금에 대해선 연체료가 규정돼 있지 않다 보니 세칙으로 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칙에는 또 ‘30일을 기한으로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관계자는 "연체료는 최대 30일 어치만 물린다는 의미로, 실제로 몇 달씩 연체된 경우에도 연체료가 계속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루 0.5%, 월 15%에 이르는 연체료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사회보험료 미납에 따른 연체료(하루 0.05%)보다도 10배나 무겁다. 지금까지는 임금을 체불하는 기업들이 거의 없었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남북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조만간 체불 기업들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은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한다고 일방 통보하고 3월 임금부터 이 기준에 맞춰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남측은 일방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며 기업들에 종전 기준대로 임금을 지급하라고 당부하며 맞서고 있다.
3월 임금지급 시한은 20일까지로 이때까지 남북이 절충점을 찾지 못한다면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종전 기준대로 임금을 지불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북한은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임금 수령을 전면 거부한 뒤 연체료를 부과하며 기업들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기업들이 북한의 일방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임금을 지급할 시 북한이 연체료를 부과하려 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기업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서 기존의 최저임금을 기초로 임금을 산정해 지급하는 것을 임금 체불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만일 (연체료 부과) 규정 적용을 시도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