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잃어버린 휴대전화 어떻게 중국까지 갔을까

입력 2015-04-1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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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한번 잃어버리면 여간해선 찾기가 쉽지 않다. 막연히 이 전화기는 서해를 건너 중국의 어느 곳에서 누군가가 쓰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뿐이다.

그런데 실제로 분실하거나 잃어버린 스마트폰이 중국으로 흘러간 구체적인 경로가 법원 판결문을 통해 드러나 관심을 끈다.

김모(47)씨는 중국에 있는 고교 동창 신 사장으로부터 솔깃한 '사업 제의'를 받는다.

국내에서 휴대전화를 걷어다 중국으로 보내주면 한대당 2만원을 수수료로 주겠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인터넷에 중고 휴대전화를 사들인다는 광고를 내고는 김씨에게 매도자를 연결해주면서 전화기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송금했다.

김씨가 신 사장의 지시를 받고 스마트폰 매도자를 만난 곳은 서울 은평구 증산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앞이나 부천 원미구 역곡동 등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수도권 지하철역 인근이었다.

김씨가 모은 스마트폰은 아이폰4, 갤럭시노트2 등 판매가 9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매도자는 각양각색이었다. 누군가 분실한 스마트폰을 가져온 이도 있었고 직접 훔쳐온 휴대전화 서너 대를 한꺼번에 팔아치운 절도범도 있었다.

김씨는 2013년 8월 중순부터 그해 10월 초까지 2개월간 총 155차례에 걸쳐 1억1천600여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168대를 2천400여만원에 사들였다.

김씨를 거쳐 간 스마트폰의 시가는 평균 69만4천원이었고, 이를 김씨가 구매한 평균 가격은 14만3천원이었다.

스마트폰들은 택배나 퀵서비스를 통해 평택항으로 보내졌다. 평택항에서는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 이른바 '따이공'들이 이를 몰래 중국으로 반출했다.

신 사장은 김씨 외에 또다른 전달책을 통해 1천397만원을 주고 장물 휴대전화 88대를 사들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김경 부장판사)는 장물 취득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법원은 "김씨의 범행이 최근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크고 작은 휴대전화 관련 범죄의 근간이 되고 사회적 폐해가 작지 않아 처벌 필요성이 크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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