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퍼터와 유소연 퍼터의 ‘인기 역주행’을 논하다 [골프, 1g의 경제]

입력 2015-04-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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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퍼터와 유소연 퍼터가 국내 골프용품시장에서 인기 상종가를 이어가고 있다. (AP뉴시스)

최근 국내 골프용품시장엔 전혀 다른 두 퍼터가 화제다. 박인비 퍼터와 유소연 퍼터다. 박인비 퍼터는 2013년 박인비(27ㆍKB금융그룹)를 ‘골프여제’로 이끈 오디세이 화이트아이스 세이버투스다. 반면 유소연 퍼터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유소연(25ㆍ하나금융그룹)에게 2년 만의 우승을 안긴 테일러메이드 고스트 투어 데이토나다.

겉보기엔 비슷한 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박인비 퍼터는 헤드의 토우와 힐 측이 송곳니처럼 돌출된 독특한 모양의 말렛 타입이지만 유소연 퍼터는 전형적인 일자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드 모양을 배제하면 닮은 점이 많다. 가장 큰 특징은 한국을 대표하는 두 여자프로골퍼의 선전에 의해 ‘인생역전’을 이뤘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인기 역주행’이다. 그래서 제품 이름보다 사용 선수 이름으로 통한다. 공통점을 한 가지 더 추가하면 두 모델 모두 박인비의 손을 거쳤다는 점이다.

박인비는 지난 2010년 남편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34) 씨의 권유로 말렛형 퍼터(오디세이 화이트아이스 세이버투스)를 사용하게 됐다. 바로 그 선택이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찾아온 슬럼프에서 벗어나 ‘골프여제’로 거듭난 계기가 됐다. 2013년에는 이 퍼터를 사용해 메이저 대회 3연승 포함 6승을 달성하며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인비와 유소연 퍼터의 인연은 지난해 7월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시작됐다. 유소연의 신들린 퍼트를 보며 퍼터 교체를 결심한 것이다. 아끼던 퍼터 헤드가 손상되면서 퍼트 불안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인비의 퍼트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고, 결국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3승을 올렸지만 2013년 6승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 ‘핑계’이기도 하다.

이처럼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두 퍼터는 ‘골프여제’ 박인비의 손을 거치며 인기 상종가를 이어갔다. 사실 박인비 퍼터는 출시 당시 인기를 끌지 못하고 단종된 실패작이다. 하지만 2013년 박인비의 퍼터가 이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귀하신 몸’ 대접을 받았고, 캘러웨이골프에서는 한정판 3000개를 다시 출시하는 이례적인 현상까지 일어났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골프숍에는 아직까지 박인비 퍼터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미 수년전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단종된 박인비 퍼터가 아직까지 국내 골프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골프에서 퍼트의 중요성이다.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말처럼 퍼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큰 부담 없이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점과 이전에 없던 독특한 디자인의 헤드라는 점도 골퍼들의 소비 심리를 부추겼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박인비가 걸어온 길이다. 놀랄 만한 성실성은 늘 꾸준한 성적으로 입증됐다. 또 메이저 대회 3연승은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 이후 63년 만의 일이다. 반짝 인기로 사라지기에는 박인비의 업적이 너무나도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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