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1개월차 때부터 저의 일요일 밤을, 아니 일주일 전부를 괴롭하는 업무가 있습니다. 이것만 생각하면 온몸이 간지럽고, 갑자기 잠이 쏟아지고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지 못한 제 자신이 원망스러워집니다.
그게 바로 무엇이냐고요? 바로 ‘칼럼 쓰기’입니다. 읽기는 많이 읽어 봤죠. 그런데 직접 칼럼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쓰고 있다보면 자동으로 손이 머리 위로 올라와 쥐어뜯고 있답니다.
처음 칼럼 코너명을 만들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데스크는 “칼럼은 코너명이 정말 중요하다. 평생 너의 이름 뒤를 따라 다닐테니 잘 생각해와라”라고 말씀하셨거든요. 한 2주일을 고민했어요. 친구들한테 투표를 해보기도하고 여러 번 퇴짜를 맞은 끝에 결국 지금의 ‘오예린의 어퍼컷’이 탄생됐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통쾌하게 한방을 외치는 칼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붙인 이름이죠.
제가 칼럼을 쓰면서 가장 괴로운 건 제 자신의 부족함을 몸소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무지가 주는 두려움이 이렇게 큰 줄 정말 몰랐어요. 고민 끝에 점점 글은 장황해지고 그렇게 핵심이 묻혀버린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할 때면 머리에서 구멍이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 든답니다. 짧게나마 칼럼을 써보니 단순히 자기주장만 나열된 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저는 문화부다보니 아무래도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 혹은 방송 트렌드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정말 문화 사건에만 촉을 세웠지만, 칼럼을 쓰면서 깊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틈틈이 시간을 내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 중입다. 입사하면서 그만 둔 독서 토론도 다시 멤버들을 꾸려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칼럼이지만 자꾸만 쓰고 싶게 만드는 매력도 있어요. 작년 12월 한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가 외모 비하를 하는 것을 비판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그 다음주에 제가 지적한 코너가 외모 비하 발언을 전부 없애버린거에요. 물론 제 칼럼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이를 지적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창 ‘갑질’이 화제였을 무렵 갑질에 대해서 칼럼을 썼는데 40여명 분들이 제 칼럼을 페이스북에 가져가셨어요. 그 칼럼을 보고 몇몇 분들은 제 페이스북에 칼럼 잘 봤다면서 친구신청도 해주셨고 메일도 보내주셨답니다. 그 칼럼을 쓰기 위해서 고민도 많이 했고 올리기 전까지도 몇 번을 망설였는데 그런 반응을 얻으니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마 칼럼을 쓰는 한 괴로움은 평생 이어질 것 같아요. 하지만 ‘칼럼 쓰기’는 괴로우면서도 설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고마운 일이기도 하죠.‘이번 주는 또 어떤 주제를 선택할까’ 마치 여러 맛의 아이스크림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처럼 주제를 고르는 재미도 있고, 쓰고 나서 독자들의 반응을 볼 때는 떨리면서도 기대가 된답니다. 독자의 쓰디쓴 반응도, 응원도 모두 제 글을 읽고 계시다는 의미니까요.
이 글을 보신 독자 여러분들도 앞으로 ‘오예린의 어퍼컷’을 통해 제가 기자로서 성장해가는 모습 꼭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