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중심 검진…맞춤형 건강 설계 ‘진일보’
근거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현대 의료는 수많은 분석을 통한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벼운 감기로 병원에 갈 때나, 심각한 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 때 모든 처방이나 수술은 근거중심 의학이 기본이 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건강검진도 마찬가지다. 검진 자료를 통한 데이터분석이 확보돼야 개별적으로 적용되는 맞춤 검진이 완성된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근거중심 예방의학’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 찾아가 봤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강남파이낸스타워 38~40층에 자리 잡은 강남센터 2003년 10월 프리미엄 건강검진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로 개원해 12주년을 맞았다.
초기에는 국립대병원이 강남권에 진입하겠다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현재는 110명으로 한정된 CEO 멤버십 구성을 비롯해 일반진료 인원도 예약이 가득 찬 상태다.
그렇다면 강남센터의 차별성이 무엇일까?
가장 큰 특징은 검진센터에 ‘헬스케어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검진 수준에서 나아가 ‘한국인에 맞는 검진 자료’를 만들겠다는 큰 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실제로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1년에 70~80개씩 쏟아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400여 편의 논문이 게재된 상태이다.
이러한 연구가 건강검진 프로그램 개선에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외적으로 건강검진의 기준을 마련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는 건강검진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서울대병원만의 정통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수진자 대비 교수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과 즉각적인 연계 서비스 역시 강점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상근직 교수가 53명이나 되며 필요할 경우 본원에서도 인력이 투입된다. 상담 시 정신과 교수가 투입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서울대병원 교수들만으로 이뤄진 프리미엄도 한몫하고 있다. 검진 이후 ‘나만의 건강 지침서’를 발간해 개인별로 제공하고 있는데 질병, 운동, 음식 정보 등을 한눈에 알 수 있게 제공하고 있어 사후관리측면에서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조상헌 강남센터 원장은 “이제는 체계적인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형 검진이라는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 할 시기가 됐다”며 “단순 검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병 예측모델을 만들어 가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도 닮은 가족, 가족특화 검진으로
건강검진이 대중화되면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많아졌다. 모두 개인별 맞춤 검진이라는 플랫폼을 갖고 있지만,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부족하다기 보다는 따듯하지 않다는 표현이 정확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의문을 갖고 서울성모병원에 찾아갔다.
본관 4층에 위치한 평생건강증진센터는 고객들에게 건강검진이라는 느낌보다 휴식하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공간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심선,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연결선’이라는 인테리어 콘셉트로 쾌적하고 세련된 공간이 펼쳐진다. 불현듯 고민의 해답이 나온 듯했다. 분위기를 관통하고 있는 ‘평생’, ‘가족’이라는 단어였다.
현재의 건강을 확인하는 의료서비스라는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건강검진을 지속적인 관리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가족’ 단위의 건강관리가 이뤄지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은 성모병원만의 특징으로 보인다.
가족관리 프로그램은 개개인이 건강검진을 따로 받는 것보다 가족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습관과 환경에 맞춰 검진을 진행한다. 가족의 질병력을 검사하고 그를 기반으로 가능성 있는 질병을 확인해 생활습관 교정을 제시한다. 암, 고혈압, 당뇨와 같은 질병들은 유전적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커서 가족 단위의 건강관리와 검사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센터를 찾아오는 고객 중 약 10% 가량이 건강검진을 부부나 자녀 등 가족 단위로 받고 있다. 주로 60~70대 부모를 모시고 건강검진을 함께 받으러 오는 30~40대의 모습은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이다.
주목할 점은 60대 이상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 폐질환 등 고령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들을 관리하기 위해 인슐린, 심장초음파, 경동맥초음파, 갑상선초음파, 복부골반CT, 뇌 MRI/MRA, 저선량 폐 CT, 골밀도검사를 특별하게 진행하고 있다.
김영균 센터장은 “종합건강검진이라는 개념에 평생이라는 의미를 더한 것은 건강검진 고객들이 평생 건강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의미와 평생이라는 긴 시간동안 건강검진 고객들과 동행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건강한 가족건강을 위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신체 리모델링까지 ‘패스트 트랙’ 접근
건강검진을 받아도 통증은 여전하다. 어깨도 아프고, 무릎도 쑤신다. 특별한 병은 없다고 하는데 지긋지긋한 요통이 개선되기는 어렵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이런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까? 건강검진과 함께 신체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을 찾아본 결과, 세브란스 체크업이라는 해답이 나왔다.
서울역 연세재단 빌딩 4, 5층에 위치한 세브란스 체크업은 1994년 개원한 이래 매년 1만여 명이 이용하는 종합검진센터다. 서울역 4, 5번 출구와 바로 연결되는 통로를 통해 곧바로 체크업으로 올라가는 순간, 월넛과 실버계열의 시원한 인테리어와 서울 중심부를 아우르는 전경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곳곳에 스며든 ‘체크업’이라는 이름 역시 긍정적이다. 건강을 점검(Check)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향상(Up)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체크업의 건강검진 프로그램도 타 병원과 마찬가지로 일반 검진과 프리미엄 검진이라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검진과 함께 신체 리모델링 분야까지 손을 뻗쳤다는 것.
이 부분에 집중하기로 하고 5층에 위치한 신체리모델링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센터는 3D촬영을 통해 체형, 척추 근력 및 구조, 보행 등을 분석하고 평상시 걷거나 앉거나 서있는 동안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될 수 있는 각종 근골격계 질환을 진단한다.
이를 바르게 교정하기 위한 운동처방요법도 시행하고 있다. 척추질환 수술 후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거나 완화시키고 싶은 경우, 비만 등 생활습관병을 관리해야 할 경우 등 다양한 이유에 따라 설계되는 1:1 맞춤 처방은 매력적이다.
신체 리모델링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삶의 질’ 측면에서 건강검진과 연계해서 진행돼야 할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설준희 센터장은 “건강검진은 어떤 병이 있는지 확인하는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검진과 연계되는 신체 리모델링은 국내 최초로 도입된 부분인 만큼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편안함을 제공하는 숙박검진의 메카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새벽부터 준비해도 붐비는 사람들. 언제 내 차례가 오는지 순서대로 기다리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의료 시장이 변하고 있는 것처럼 호텔 같은 곳에서 편하게 검진을 받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물론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병원들은 대부분 숙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이미 활성화됐지만 이 분야에 더 주력하겠다는 곳에 찾아가봤다.
아산병원 1990년대 초부터 VIP 검진의 모태라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숙박검진’을 운영해오며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려와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신관 15층에 위치한 건강증진센터 프리미엄 병동은 호텔을 방불케 하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국내외 많은 건강증진센터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객실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뛰어난 조망권의 약 350평 규모를 자랑한다. VVIP Room 1실과 특실 4실, 1인실 4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루 최대 12명의 고객에게만 객실을 제공한다.
전 객실에 욕실과 조리실이 갖춰져 있고 특실인 경우는 부부 또는 가족이 쾌적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최적의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CEO를 위한 집무실과 회의실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00여 평의 검사 공간은 갤러리를 연상시키며, 한복을 개량하여 만든 수진복은 고객에게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검사를 자동으로 안내하고, 대기 없이 바로 연결되는 자동 검사 유도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대기업 총수나 기업CEO급이 주 이용층인 ‘아산 프리미어 멤버십’프로그램과 해외고객이나 국내 VIP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프리미엄 건강검진 프로그램’ 두 가지로 나누어 운영된다.
최재원 건강증진센터장은 “고급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고 호텔처럼 편안하게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여유 있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건강검진의 새로운 패러다임
스마트한 세상을 살고 있다. 의료기기분야에 ICT를 융합한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신체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질병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이제는 건강검진 시장에서도 이를 적절히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 아직 국내에서는 미진한 부분이지만,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는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에 찾아가 봤다.
센터는 병원계 처음으로 지능형 능동적 RFID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종전에는 검진에 앞서 필요한 문진표 등을 종이에 수기로 작성해야 하고 검진 당일에도 일일이 수진파일을 들고 검사실 이곳저곳을 찾아 다녀야 하는 등 불편이 컸다.
하지만 ‘스마트 건강검진’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종이 차트나 검사지 등이 사라졌다. 실제로 수진자들은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 PC를 활용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사전 문진을 마치지 못한 수진자도 당일 병원에서 대여 받은 갤럭시탭, 갤럭시 플레이어나 검진센터 직원의 안내를 통해 본인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문진표 작성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문진을 마치고 나면 스마트 기기들이 삼성서울병원 지능형(ACTIVE) RFID 시스템과 연동된다. 이 시스템은 수진자의 편의를 대폭 높이기 위해 기존 RFID칩을 수신기에 직접 갖다 대야 하는 태그 방식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버전이다.
검사실 근처에 가면 수진자가 자동으로 인식돼 검사실 직원이 수진 대기현황을 쉽게 확인하고 접수할 수 있는데 특히 필요한 검사가 무엇인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검사실 복도 중간에 담당자가 태블릿 PC를 통한 RFID 인식을 통해 수진자 검사진행현황 및 검사실을 안내하고 필요에 따라 정체된 검사실에서는 검진순서를 변경하는 등의 개선점도 보였다.
수진자 입장에서 보면 본인만을 위한 ‘스마트 비서’가 실시간으로 건강검진 전 과정을 챙겨주는 셈이어서, 건강검진이 처음인 사람도 누구나 손쉽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김재준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장은 “스마트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적용해 수진자의 궁금증을 즉각 해소하고, 체감 대기시간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궁극적으로 수진자와 병원이 서로 소통하며 건강검진을 진행해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