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최향남의 도전, 왜 감동일까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5-03-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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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다섯 살 노장 최향남이 고양 원더스 유니폼을 벗고 지구 반대편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그의 야구 열정은 아직도 이팔청춘이다. (고양 원더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식는다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 하지만 아직은 열정이 식지 않았다. 그래서 야구판에 남아 있는 거다.”

최향남(44ㆍ다이빙 덕스)의 결의에 찬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쳤다. 최향남은 지난해 초 마흔 세 살 나이에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입단 후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힘들었지만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나에게는 목표가 있다. 그 목표가 있어 즐거울 뿐이다.”

당시 최향남은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도자가 아닌 선수로서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의 야구 열정은 아직도 식지 않은 것인가. 그는 또 다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이번에는 야구 불모지 오스트리아다.

최향남의 야구 열정엔 나이도 환경도 장해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고양 원더스의 해체로 갈 곳을 잃은 그였다. 당연히 은퇴 수순을 밟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은퇴를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 나이로 마흔다섯 살 최향남에게 야구란 열정 그 자체였다.

1990년 해태 타이거즈(KIA의 전신)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최향남은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를 거치면서 세 번이나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아쉽지만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난해 고양 원더스로 거취를 옮겼다. 이번에는 팀의 해체로 더 이상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불굴의 최향남의 선수생활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야구 열정은 지구 반대편 야구 불모지로 향했다. 오스트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소도시 비너 노이슈타트를 연고로 한 다이빙 덕스다. 야구 강국 미국, 일본이 아니다. 그보다는 못하지만 아시아 강호 대만도 아니다. 세미프로 1부 리그 소속이라지만 한국의 대학 팀 수준이다.

해외 진출이라지만 추신수(33ㆍ텍사스 레인저스)만큼 많은 연봉도, 류현진(28ㆍLA 다저스)만큼 많은 주목도 받지 못한다. 그를 위한 스폰서도 없다. 그의 경기를 TV를 통해 볼 수도 없다. 그래서 더 감동이다. 그의 열정은 나이나 환경 따위에 굴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꿈과 열정을 위해 가방 하나 달랑 싸들고 지구 반대편으로 향한다.

사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이 쉬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체력은 물론 정신적으로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도 나이를 핑계로 일찌감치 꿈을 접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나이만큼 적당한 핑계거리도 없다.

당연한 일이다. 최향남도 떨어진 체력과 스피드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래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최향남은 마흔을 넘기면서 생활 패턴을 모두 바꿨다. 식단과 음식량, 수면 시간(량), 운동량ㆍ방법 등 모든 면에서 변화를 시도하며 젊은 선수들과 경쟁해나갔다. 체력의 한계는 기술과 노련미로 극복했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도전 자체가 감동을 준다. 반드시 많은 연봉과 주목을 받아야만 야구장의 주인공일 순 없다. 그저 그라운드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감동을 주는 사람도 있다. 나이로 인해, 또는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최향남의 도전은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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