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G2(주요 2개국, 미국·중국)는 공식 성명에서 상대방의 경제에 대해 온갖 미사여구로 치켜 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지난주 공개한 2009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전체 기록은 중국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속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 기록은 장막 뒤에서 미국의 금융정책 결정자들이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FT는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연준 위원들의 중국에 대한 속내를 정리했다.
◇ 중국 경제 재균형은 지지, 능력은 의심돼= 연준은 수출과 투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내수 위주로 경제성장 구조를 재편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지지했으나 실행 능력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당시 4월 FOMC에서 “미국 수출 수요가 커질 수 있게 세계 수요의 재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준 위원들은 그해 내내 중국이 유럽과 미국의 경기회복에 지나치게 의존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버냉키 의장은 8월 회의에서 중국 관리들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하면서 “중국이 장기적으로 내수 위주의 경제구조 전환에 매우 진지하다”고 희망적으로 말했다.
◇ 대규모 부양책에는 감탄, 후유증 경고= 연준은 당시 중국이 펼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속도와 효과에 대해서는 경탄했지만 후유증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월 FOMC에서 연준 실무 이코노미스트인 네이선 시츠는 중국 경제가 부양책에 힘입어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8월에는 ‘블록버스터(초대형) 반등’이라는 단어로 중국의 빠른 회복세를 묘사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4월 회의 당시 “몇년 전부터 중국 은행시스템이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당국의 직접적인 대출 독려에 중국 은행들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츠는 “언젠가 대출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지난 6개월간 목격해왔던 은행대출 급증의 후유증을 보게 될 것”이라며 “다만 중국 정부는 이런 은행 부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 중국 경제지표는 믿을 수 없어= 중국 경제지표에 대한 불신도 곳곳에서 보였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은 총재는 막 중국 방문을 끝내고 들어간 4월 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지표 발표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이들은 해당 분기가 끝나기도 전에 수치를 아는 것처럼 보였다”고 비꼬았다. 그는 2008년 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공식 발표인 6.1%에 미치지 못했을 것임을 뒷받침하는 여러 데이터를 나열하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도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다소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공식통계가 의미하는 것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상한 나라의 악한’ 된 기분, 막대한 미국채 보유한 중국 양적완화 우려=피셔는 4월 중국 방문 당시 상황을 동료들에게 전하면서 “막대한 미국 국채를 보유한 중국이 연준 양적완화(QE)로 자신이 보유한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40여 차례의 회동을 가질 당시 중국인들은 이런 불안을 계속 제기했다”며 차이나데일리에 실린 ‘연준의 국채 매입이 달러 가치 약세로 이어져 외환보유고에 큰 손실을 입힐 것’이라는 중국 전 부총리의 기고문을 소개했다. 이어 “이에 나는 중국에서 ‘이상한 나라의 악한’이 된 기분이었다”고 농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