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수출기구(OPEC)와 셰일오일 간 치킨게임에 올 초 배럴당 40달러대까지 폭락했던 국제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 배럴당 50~60달러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60달러선 안팎, 두바이유는 60달러선 밑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50달러선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유사의 실적악화 주범으로 손꼽혔던 재고평가 가치가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가 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도 오르고 있다. 이 지표는 지난해 평균 5.88달러에서 올해 1월 7.4달러, 2월 8.8달러, 3월 들어 9달러대로 올라 2013년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정제마진도 배럴당 4달러대 중반으로 2012년 8월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단순정제마진은 원유를 1차 정제해 나온 석유제품, 복합정제마진은 고도화설비를 거친 2차 정제 제품의 판매이익으로 이들 수치가 높을수록 정유사의 이익이 늘어난다.
복합정제마진이 급등하는 것은 동절기 수요와 더불어 미국 철강노조(USW) 산하 정유사 조합원 6500여명이 지난달 초부터 사업장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전면 파업을 벌이면서 석유제품 공급이 줄어든 데 있다. 이번 파업으로 업계에서는 미국 생산량의 10%가 감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결국 미국의 정유제품 순수출을 약화시켜 글로벌 수급 부담을 다소 경감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공장 설비 가동률을 올리는데 분주하다. 대내외 여건이 호전된 만큼 제품 생산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개선된 여건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위기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언제든 다시 하락할 수 있어 정기보수 일정을 최대한 늦추고 설비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재성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조적인 정제마진 강세를 논하기 전에 동절기 종료와 미국 정유사 파업 일단락 이후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 변화, 미국 정유제품 수출 추이 변화, 아시아 정제마진 추이 변화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