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나 한 듯 새해 벽두부터 청량음료 가격이 오른 가운데 패스트푸드인 햄버거 가격까지 죽쭉 오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이 내세운 가격 인상의 근거가 불명확해 소비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만식품으로 낙인 찍힌 이후 매출이 부진을 겪자, 가격 인상을 통해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이달 23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1.89% 인상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가격 인상 대상은 버거류 10개 제품, 아침메뉴 5개 제품, 디저트류 4개 제품 등이다. 인상률은 평균 1.89%로 각 제품별 100원에서 300원가량 오른다. 대표 메뉴인 ‘빅맥’은 4100원에서 4300원으로 200원 오른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은 원자재 및 각종 제반 비용 상승 등 대외 변수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는 16일부터 버거 14종과 디저트 8종의 가격을 100∼300원, 평균 3% 올렸다. 대표 메뉴인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는 3300원에서 3400원으로 값이 올랐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수입산 원재료의 수요, 공급 불균형과 환율 등 기타 경제적 요인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의 가격 인상은 버거킹이 햄버거 값을 올린 지 두 달 만에 이뤄졌다. 버거킹은 지난해 12월 대표 메뉴인 ‘와퍼’ 가격을 5000원에서 5400원으로 올리는 등 햄버거 메뉴 가격을 최대 8.3% 인상했다. 버거킹은 지난해 3월 와퍼 등의 가격을 100∼200원 인상한 데 이어 다시 9개월 만에 값을 올렸다. 버거킹이 내세운 가격 인상의 이유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었다. 햄버거의 원료육인 호주와 뉴질랜드산 수입 소고기가 지속적으로 값이 올라 원가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2월 12일 발효되면서 호주산 소고기 가격은 인하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버거킹과 롯데리아, 맥도날드는 모두 호주산 소고기 패티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이들이 내세운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은 관련 식품업계는 물론 전문가들과 소비자들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버거킹 가격 인상 발표 이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두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KFC 등의 다른 회사들도 앞으로 값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청량음료는 일찌감치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1월 9일 칠성사이다를 비롯한 7개 주력 제품 가격을 평균 6.4% 인상했다. 앞서 한국코카콜라도 코카콜라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5.9% 올렸다. 특히 코카콜라는 지난해 1월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두 번 모두 가격 인상 대상이 된 코카콜라 1.5ℓ 페트의 경우 일년 동안 값이 10.6% 상승했다.
이들 업체가 내세운 가격 인상 요인 역시 원자재 값 상승이다. 그러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재료 가격 분석을 통해 코카콜라의 경우, 가격이 19.5% 오르는 동안 원재료가는 오히려 4.9% 인하됐다고 밝혔다. 또 롯데칠성음료가 가격 인상을 발표할 당시에도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당과 설탕 등 음료의 주된 원자재 가격은 지난달 대비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이번 가격인상을 두고 일각에선 ‘음료사업의 부진’을 ‘가격 인상’을 통해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24억원, 214억원으로 전년 대비 40.6%, 79.3% 줄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탄산음료와 스포츠음료는 대표적으로 원가 비중이 낮은 품목들이어서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수익성이 높아진다”며 “특히 관련 시장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는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