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금융권에 새로운 수익원 창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올해는 은행, 증권사 등 업권 간의 융합을 통한 복합점포 활성화로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규제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달 1일부터 칸막이를 제거한 은행·증권 복합점포의 신설을 허용했다. 은행 입장에선 업권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에 복합점포 허용을 계기로 원스톱 종합금융서비스 인프라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추후 은행·증권 복합점포의 성과를 검토한 후 보험사도 공동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줄 방침이다.
NH농협금융그룹은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은행과 증권상품을 결합한 복합점포 1호점을 개설했다. 농협금융은 서울 광화문 복합점포를 시작으로 서울과 지방 주요 도시에 총 10곳의 복합점포를 신설할 예정이다.
기존에도 복합점포는 있었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 업무의 공동상담실을 칸막이로 구분하거나 개별출입문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다시 말해 BIB(Branch In Branch)나 BWB(Branch With Branch) 형태의 복합점포가 존재했으나 영업 면에서 보면 효율성이 떨어졌다. 예컨대 한 고객을 놓고 다른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이 각각 영업을 해야만 하는 구조로 실질적으로 복합점포의 의미가 없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별로 최대 10여개의 복합점포가 신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합점포는 업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점포다. 기존 결합점포는 업종 간 물리적인 공간을 구분해야 하는 데다 계열사 간 고객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 은행들로서도 대출 등 기존의 은행서비스만 고집했다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복합점포 확충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복합점포를 신설하려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도 만만치 않다. 복합점포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복합금융점포의 방향과 목표는 계열사간 융합을 통한 시너지 제고다.
그러나 시너지가 다른 뜻으로 해석되면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등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제조업에서 계열사간 거래가 편법적인 상속과 증여의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금융권에서도 시너지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이른바 복합점포 갈등 원인이 ‘방카슈랑스 25%룰’로 압축되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은행과 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 전 금융권의 점포를 포괄하는 복합점포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은행과 증권만으로 한정해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유는 보험업계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다. 보험업계는 복합점포가 활성화된다면 금융그룹의 계열 보험사들은 25%룰과 보장성보험 판매제한 등을 우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 25%룰로 인해 은행 점포에선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방카슈랑스 25%룰이 무의미해지면 입점한 보험사는 자사 보험상품의 판매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또 “신한생명, 하나생명 등 은행계 보험사와 달리 비은행 보험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보험사의 복합금융점포 입점에 대해 금융당국도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펀드 역시 복합금융점포가 탄생하면 계열자산운용사 펀드 판매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50% 룰을 어기는 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의 취지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 연구원은 “복합점포 활성화는 소비자에게는 원스톱 서비스를, 금융회사에는 비이자 수익 제고, 자금조달 비용 절감,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의 편익을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교차판매의 문제점인 자문서비스 활성화, 영업점 임직원의 인센티브 제도 개선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복합점포 활성화의 정책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