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에게 복합점포는 낯선 패러다임이 아니다.
디플레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던 일본은 1997년부터 은행 지점 내에 증권사 창구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금융업 회복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2002년‘증권시장 개혁 촉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본격적으로 복합점포 활성화에 나섰다.
2007년에는 은행 임원이 신고하면 겸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지난해 4월에는 법 개정을 통해 계열사간 정보공유 범위도 확대했다.
이같은 일본 금융당국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미즈호 금융그룹은 은행 지점내에 ‘플래닛 부스(Planet Booth)’라는 공동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 예금은 물론 증권, 보험 모든 금융상품을 한자리에서 가입할 수 있다. 현재 120여개가 넘는 플래닛 부스가 운영중이다.
미국 역시 일찍이 복합점포를 도입했다. 시가총액 1위인 웰스파고는 모든 금융상품을 은행, 캐피털, 증권, 보험사 구분 없이 한 은행 지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JP모건 역시 ‘체이스 프라이빗 클라이언트’(Chase Private Client)를 마련하고 계열사간 고객 정보공유를 통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같은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캐나다 토론토미니언(TD)뱅크는 오히려 지점을 늘리고 있다. 실제 지난 2012년 24개에 불과하던 TD지점은 2년 만에 1300여개로 늘어났다. 수익구조에서 소매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무작적 트렌드만 쫓지 않고 자신들의 영업환경에 맞는 채널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업 환경의 강점에 맞춘 채널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트렌드에 휩쓸려 핀테크, 비대면 채널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만의 강점과 채널 전략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 증권, 보험식의 단순 나열이 아닌 각 섹터별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융합’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일본의 경우도 미즈호·스미토모 등 일본 3대 금융그룹이 각기 다른 접근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비대면 채널 논의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세계 각국 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비대면 채널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금융업은 물론, 회사마다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