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히딩크 넘을까

입력 2015-01-3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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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 (뉴시스)

울리 슈틸리케(61ㆍ독일) 감독의 첫 시험 무대엔 과제보다 희망이었다. 이정협(24ㆍ상주상무)이라는 무명 골잡이를 발굴했고, 부상으로 빠진 이청룡(27ㆍ볼턴)과 구자철(28ㆍ마인츠)을 제외하고도 탄탄한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통적 취약 포지션이던 골키퍼도 안정됐다. 일본ㆍ중국ㆍ중동파 선수들이 지난해 11월까지 시즌을 치러 전 선수가 함께 훈련한 것은 제주도에서의 일주일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골 결정력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자신감 회복과 슈틸리케식 새로운 한국 축구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이제 슈틸리케를 바라보는 눈은 우려보다 희망으로 옮겨갔다. 2002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당시 한국을 4강까지 끌어올렸던 거스 히딩크(69ㆍ네덜란드) 감독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생겼다.

지난해 9월 한국 축구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부진을 털어내고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되찾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히딩크 감독 이후 성공한 외국인 감독이 없을 뿐 아니라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허정무 대한축구연맹 부총재(당시 대표팀 감독)가 이끈 대표팀이 원정 첫 16강에 진출하는 등 내국인 감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만의 색을 입히며 조직력이 탄탄한 팀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슈틸리케가 히딩크를 닮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두 사람은 선수 시절 수비수로 활약한 만큼 수비를 강조했다. 히딩크는 혹독한 피지컬 트레이닝을 통해 강한 압박을 주문했고, 슈틸리케 감독 역시 감독 부임과 함께 수비 중요성을 강조했다.

파벌주의는 없애고 능력 있는 선수를 선발했다. 히딩크는 2002 한ㆍ일 월드컵 당시 학연·지연·혈연을 끊고 박지성ㆍ이영표ㆍ송종국ㆍ김남일 등 비주류를 발탁해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슈틸리케도 마찬가지다. 무명이라도 실력자에게 기회를 주는 슈틸리케식 용병술을 발휘했다.

비록 히딩크의 2002 한ㆍ일 월드컵 4강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감독 부임 후 10경기에선 슈틸리케 감독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통했다. 히딩크는 2000년 12월 사령탑에 올라 5개월간 10경기를 치러 3승 4무 3패를 기록했다. 특히 2001년 5월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프랑스에 0-5 패하는 등 수난을 겪었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취임해 10경기에서 8승 2패라는 호성적을 남겼다. 슈틸리케 감독의 지지 않는 축구가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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