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업계 ‘별들의 전쟁’은 세계 1위 공항 면세점인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작됐다.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기업 가운데 최소 3곳, 중소·중견기업 중 4곳에 사업권을 내주는 제3기(2015~2020년) 면세점 입찰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축구장 2개 넓이에 달하는 이곳은 연간 매출 20억 달러(약 2조1000억원)로 4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 면세점이다. 이번 사업자 선정 입찰에는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면세점, 중소·중견기업 등 14곳이 몰렸다. 업계에서는 기존 사업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신세계), 갤러리아튜티프리(한화) 등이 대기업 계열사들과 동화면세점 SME’S(하나투어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 엔타스 등 중소·중견기업, 태국계 킹파워 등 해외 면세점 업체 3~4곳 등이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신세계면세점의 정용진 부회장이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던 김해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에서 연간 임대료인 500억원보다 140억원가량 더 많은 금액을 써내 차지할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정 부회장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높은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과감한 베팅을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은 정 부회장의 숙원 사업”이라며 “단기적인 적자를 각오하더라도 기존 업체들보다 큰 액수를 써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인천공항 면세점의 수익성은 좋지 않다. 총 매출 2조900억원의 30%(6150억원)가 공항공사 임차료로 나갔다. 여기에 3기에는 15% 정도 더 들어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갤러리아듀티프리를 운영하는 한화의 김승연 회장 역시 다크호스다. 그가 직접적으로 면세점 사업을 챙기는 건 아니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돌아온 승부사 ‘김승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작년 2월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통해 제주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낸 이후, 작년 말 김 회장 경영 복귀가 맞물리면서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화가 지난해 비주력 계열사를 잇달아 정리하면서 한화갤러리아 역시 매각 소문이 나돈 만큼, 이번 입찰전은 갤러리아 생존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과 김 회장의 거센 도전에 롯데면세점의 신동빈 회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등 기존 양강의 수성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경우 면세점이 그룹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면세점 사업권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전체 매출이 4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도전자들의 ‘무혈입성’을 허락치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역시 입찰가를 공격적으로 써낼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 면세점이 적자 사업이긴 하지만, 엄청난 홍보효과와 브랜드 가치를 따져 볼때 비싼 임대료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작년에 마카오와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면서 광폭 행보를 보인 이 사장은 올해도 면세점 확대 전략을 지속할 계획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29일 의향서 신청 마감에 이어 30일에는 사업제안서와 가격 등을 제출받아 각각 6대 4의 비율로 평가점수를 산정한다. 낙찰자는 다음달 중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