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저가 요금제가 '지원금 순풍'을 타고 있다.
한결 넉넉해진 지원금 덕에 최근에는 3만원대 요금제의 '공짜폰'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선택 폭이 한층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2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3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LG전자 스마트폰 'G3 비트'(출고가 29만7천원)에 공시지원금 26만7천원을 얹어 할부원금 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신규 가입이나 번호이동 고객의 경우 유통망별로 자체 제공하는 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을 받아 사실상 공짜로 해당 단말기를 손에 쥘 수 있다.
이 단말기는 단통법 시행 초기에는 50만원에 가까운 출고가에 같은 요금제의 공시지원금이 7만∼8만원에 불과해 상당히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했던 모델이다.
SK텔레콤은 같은 요금제 기준으로 갤럭시S4 LTE-A(출고가 60만5천원)에 공시지원금 52만8천원을 지급, 할부원금을 7만7천원까지 내렸다. 이 단말기 역시 유통망 지원금을 더하면 공짜폰이 된다.
베가 시크릿 업·시크릿노트·갤럭시원·갤럭시코어·F70 등 인기가 많은 보급형 단말기 역시 저가 요금제를 택하더라도 한층 확대된 지원금 덕에 3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단통법 초기 이동통신사들이 저가 요금제에는 공시지원금을 거의 싣지 않아 소비자들이 단말기 구입에 턱없이 비싼 돈을 지불해야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초기에 비해 저가 요금제에 지급되는 공시지원금이 2배 안팎으로 뛴데다 출고가까지 낮아지면서 저렴한 이용 요금으로도 최신 단말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가요금제에 대한 지원금 인상이 구형 단말기나 '재고 떨이'가 필요한 팬택 단말기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최근의 분위기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일례로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작년 6월 출시된 갤럭시S5 광대역 LTE-A에 대해 3만원대 요금제 가입자에게도 공시지원금 상한선(30만원)에 육박하는 27만원을 지원한다.
현재 재고가 거의 소진돼 매장에서는 찾기 힘들어졌지만 갤럭시 알파도 이통사별로 25만∼27만6천원의 지원금이 실려 고가요금제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단통법 시행 이후 실리를 추구하는 이용자가 많아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미래창조과학부 통계를 보면 단통법 시행 후 작년 10∼12월 3개월 간 3만원대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평균 56.3%로 법 시행 전 7∼9월(49.0%) 대비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가 이통서비스에 최초 가입할 때 선택하는 요금제 평균도 4만5천원에서 3만9천원으로 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저가 요금제 수요가 한층 두터워졌다. 이에 따라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벌어지던 이통사의 지원금 경쟁이 저가 요금제로 확대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중저가 요금제 이용자층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당 요금제에 대한 이통사 간 지원금 경쟁도 한층 뜨거워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