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순댓국·주꾸미·차돌박이…맛있는 등산

입력 2015-01-23 10:56 수정 2015-01-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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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교열팀 차장

등산인구 1500만 시대다. 왜 힘들게 산을 오르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Because it is there).” 에베레스트에서 생을 마감한 산악인 조지 멜러리의 명언이다. 모 경제지 편집국장은 주말이면 새벽에 부인이 깰까 봐 뒤꿈치를 들고 살살 집을 나선단다. “죽으면 산에만 있을 텐데 왜 힘들게 오르냐”는 질문에 딱히 답을 할 수 없어서란다. 기자 역시 휴일 대부분을 산에서 보낸다. 평소보다 부지런을 떨어 어스름 달빛 아래 산길을 걷는다. 겨울이 한창인 요즘 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 쌓인 순백의 산길을 걷는 기분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 태양이 황홀한 자태를 드러내면 산은 하늘로 오르는 계단이 된다. 그 순간 세상사 시름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 버리고, 비운다. 그러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지난 주말엔 경기도 포천 운악산을 올랐다.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 삼악산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악산(嶽山)을 이루는 산답게 암릉으로 이룬 기암괴석과 폭포 등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산 이름에 ‘큰 산 악(岳)’자가 들어가면 크기만 큰 게 아니라 경사 또한 매우 심하다. 산(山) 위에 언덕(丘)을 얹은 것이 ‘岳’이 아닌가. 이런 산에는 여지없이 ‘깔딱고개’가 한두 군데 있다. 숨이 턱에 차 깔딱 넘어갈 뻔해야 비로소 오를 수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생도 힘든 시기를 잘 넘기면 편안함을 누릴 수 있듯이 할딱할딱 잔숨을 몰아쉬며 이 깔딱고개를 지나면 완만한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등산은 인내의 예술’이라는 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등산의 즐거움 중 빼놓을 수 없는 건 단연 하산 후의 먹거리. 땀을 흘린 후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키면 힘과 흥이 절로 난다. 그런데 가끔 이 흥을 방해하는 게 있으니 바로 음식점 차림표 속 잘못 표기된 요리 이름다. 순댓국이 대표적이다. 음식점 열 곳 중 절반 이상이 순대국으로 써 놓았다. 순 우리말끼리의 합성어 중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날 경우엔 사이시옷을 넣어야 한다. 순대와 국 둘 다 순 우리말이고, ‘순대꾹’으로 발음되므로 사이시옷 규정에 따라 ‘순댓국’이라고 해야 올바르다. 선짓국, 감잣국, 뭇국 등도 마찬가지다.

매콤하고 쫄깃쫄깃한 식감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쭈꾸미 볶음’도 바른 말이 아니다. 주꾸미 볶음이라고 해야 맞다. 된소리로 발음할 이유가 없는데 잘못된 습관 때문에 생겨난 오류다. 곰장어, 족두리, 족집게 역시 된소리로 잘못 표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의 양지머리뼈 한가운데 붙은 고기는 무엇일까? 음식점 차림표에는 ‘차돌박이’ ‘차돌배기’ ‘차돌바기’ 등 참으로 많은 이름으로 표기돼 있다. 이 가운데 올바른 말은 ‘차돌박이’다. 먼저 ‘바기’는 표준어가 아니니 머릿속에서 버리자. ‘박이’와 ‘배기’는 표준어다. 그런데 의미가 전혀 다르므로 반드시 구분해 써야 한다. ‘박이’는 무엇인가 박혀 있는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다. 오이를 갈라 그 안에 부추, 마늘, 고춧가루를 섞은 소를 박아 넣은 별미 김치가 ‘오이소박이’인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따라서 차돌처럼 단단한 것이 박혀 있는 고기는 ‘차돌박이’다. ‘배기’는 ‘그 나이를 먹은 아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한 살배기, 두 살배기 등으로 쓰인다. 또 공짜배기, 대짜배기, 진짜배기처럼 명사 뒤에 붙어 ‘그런 물건’의 뜻을 더할 때 사용된다.

산은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안아주고 부자도 받아준다. 그리하여 너도나도 산을 오른다. 특히 주말이면 산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런데 등산 문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일부 등산객의 경우 산림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취해 추태를 보이기도 한다. 조만간 이들을 단속하기 위한 주(酒)파라치, 산(山)파라치 등 신종 일자리가 생겨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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