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부 지방정부가 토지 입찰을 통해 거꾸로 자신들이 땅을 사들이고 있어 부동산 버블 붕괴 전조가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 장쑤성에서 지방정부 투자기관(LGFV)들이 지난 2013년에 사들인 토지가 실제 개발면적보다 넓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도이체방크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LGFV들이 자기 돈을 써가며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땅을 매입한 것은 재정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들이 돌려막기로 부실을 감추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장즈웨이 도이체방크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올해 심각한 재정적 도전에 직면했다”며 “지방정부는 1994년 이후 재정수입이 처음으로 감소할 위기에 처했으며 중앙정부 등 전체 정부 수입은 1981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체방크가 4개 성만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나 중국 전역 중소도시 부동산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불안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지방정부, 특히 중소도시는 재정수입 대부분을 토지 매각으로 충당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데브라 로앤 애널리스트는 “중국 지방정부 재정수입의 평균 4분의 1이 토지 매각으로부터 나온다”며 “그러나 그 범위는 매우 넓다. 문제는 수입의 원천인 토지가 현재 매우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여건이 빡빡한 가운데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대도시를 제외한 중국 부동산시장 수요가 얼어붙었다고 FT는 덧붙였다.
LGFV는 6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중앙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면서 출현했다. 지방정부들이 인프라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마땅한 자금조달 창구가 없자 LGFV를 통해 돈을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것이다. 현재 LGFV는 지방정부 부채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지방정부들이 땅값 유지에 LGFV를 이용하면서 재정 부실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J캐피털리서치의 앤 스티브슨-양 설립자는 “중국 통계에서 토지 매각과 관련된 부분이 가장 왜곡됐다”며 “지방정부가 토지를 LGFV에 매각하는 것은 빚 돌려막기나 땅값 유지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즈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창저우라는 한 중소도시는 ‘유령 신시가지’를 조성했으며 이 도시의 토지 매각에서 LGF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의 28%에서 지난해 70%로 높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