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롯데는 그룹 후계 구도를 놓고 일본은 장남이, 한국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맡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장남의 갑작스런 해임으로 올해 93세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뒤를 이을 경영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여러 정황이 복잡하게 얽히는 양상이다.
재계의 시각은 다양하다. 신 총괄회장이 아버지의 ‘교통정리’를 무시하고 한국을 넘본 장남에게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는 해석부터 새로운 경영승계를 구상하고 있다는 설까지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로 인한 그룹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후계구도를 놓고 형제간 내분 조짐까지 더해지며, 롯데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의 연이은 사고와 롯데홈쇼핑 비리,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전방위 세무조사, 이번 신동주 부회장의 해임 등 악재가 중첩되고 있다. 도대체 현재 롯데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해임 과정에는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12월 26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갑작스럽게 해임시킨 데는 장남의 행보에 신 총괄회장이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롯데에 정통한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장남이 아버지의 뜻을 무시하고 롯데제과 등 한국 롯데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경고 아니겠느냐”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2013년부터 2년간에 걸쳐 신 부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제과 지분을 꾸준히 사들였다. 결국 차남인 신동빈 회장과 지분 경쟁에 돌입한다는 외부의 시선까지 나오자, 이를 ‘넘보지 말라’는 아버지의 의중이 담겼다는 것.
다시 말해, 이번 해임은 단순한 일본 내 경영구조조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해임으로 일본 롯데의 경영도 신동빈 회장이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한국 롯데의 핵심인 롯데쇼핑의 지분 7.9%를 보유하고 있는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다. 두 형제간의 지분 확보 경쟁이 경영권 다툼으로 비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일각에서는 이런 외부 시선에 신격호 회장이 대노했다는 후문까지 나돌고 있다.
롯데의 후계구도는 한국 롯데는 차남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는 장남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계열사간의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형제 중 약간의 지분 변화만 일어나도 경영권 승계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 정점엔 호텔롯데가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보유 지분이 19.1%나 되기 때문에 형인 신동주 부회장의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롯데홀딩스의 지분 19.1%를 갖고 있는 신동빈 회장보다 형인 신동주 부회장이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일본의 광윤사(光潤社)라는 기업이 또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의 27.65%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광윤사는 신격호 회장이 최대주주이자 대표로 등재돼 있어 여전히 롯데는 신 총괄회장 아래 놓여있는 셈이다.
신동주 부회장은 왜 해임됐을까?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은 왜 그를 해임할 정도로 격노했을까?
2년여에 걸친 롯데제과 지분 매입이 단초를 제공했겠지만, 재계는 또 다른 결정적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병석에 있을 때 직·간접적으로 한국 롯데에 경영권을 행사한 것이 결국 이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신동주 부회장의 해임으로 롯데그룹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시장에서는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 재고 요청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개혁연구소 채이배 연구위원은 "신동주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해임 등으로 국내 롯데그룹 상장사들의 소액주주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토대로 일본과 한국의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투데이는 일련의 롯데그룹 사태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심층적으로 조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