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7일(현지시간) 역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장이 펼쳐졌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의 반세기 고립을 끝내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죠.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각각 워싱턴과 아바나에서 연설로 양국이 53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해안에서 불과 14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대립각을 세웠던 양국이 마침내 지구촌 마지막 냉전을 마치고 화해의 길로 접어든 것이죠.
양국의 갈등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해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하자 미국은 1961년 약 1500명의 쿠바 망명자들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보내 쿠바 정권을 전복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기밀이 누설돼 계획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피그스만 침공입니다.
1962년은 쿠바 미사일 위기가 터집니다. 쿠바가 소련으로부터 미사일을 들여오려고 하자 당장 코앞에서 핵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한 미국은 해상 봉쇄 조치를 취합니다. 당시 분위기는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처럼 매우 긴박했다고 하네요. 결국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소련은 미사일을 싣고 쿠바로 향하던 배들을 돌려서 위기가 종료됩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허구이지만 영화 ‘엑스맨:퍼스트 클래스’를 보시면 얼핏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 미국은 금수 조치를 취하고 여행과 송금을 제한하는 등 쿠바에 고립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오바마는 카스트로와 전화통화로 스파이 혐의로 잡힌 사람들을 서로 교환하기로 합의면서 국교 정상화의 물꼬를 텄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국의 화해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전해졌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중남미 출신 첫 교황이기도 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과 캐나다 등에서 쿠바와 미국 대표단 간 비밀 회동, 오바마와 카스트로의 이례적으로 45분 이상 길었던 전화통화 등을 주선했습니다.
유가 하락도 국교 정상화에 한 몫을 합니다. 동맹인 러시아와 베네수엘라가 유가 하락에 경제적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돈줄이 떨어지게 된 쿠바가 미국에 더는 등을 돌리기 힘들어진 것이죠.
미국도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통해 그동안 소원했던 남미 좌파 정부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