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4일 밤. 하늘에서 나풀거리는 눈은 쇼핑천국 명동 거리에 꽉 들어찬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의 머리에 수북이 쌓였다. 머리 위 눈을 털어내고 명동 지하상가 17번 출구로 들어섰다. 눈을 피하기 위해서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중국어가 쓰인 간판이 계단 좌우측과 머리 위를 점령했다.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중국어 광고판 안의 QR코드를 찍었다. 그랬더니 중국 결제서비스 알리페이의 애플리케이션(앱) 중국어 버전이 화면에 떴다. 중국어 광고판 아래를 자세히 살펴보니 한국어가 써 있었다. “중국 관광객 여러분 텍스 리펀드는 알리페이로!”
성형외과와 화장품 광고가 있었던 곳에 이제 중국 금융회사의 광고가 자리를 잡았다. 중국 모바일 결제회사 알리페이가 명동을 점령했다.
#2. 눈발이 사그러들어 지하철 계단 밖으로 나섰다. 중국어를 하는 관광객이 팔을 붙잡았다. 친구와 사진을 찍어 달라는 거였다. 그에게 물었다.
지스(29여)씨는 “아직 한국에서 결제해 본 적은 없지만 알리페이로 한국 면세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3억명이 알리페이를 쓴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호기심에 요우커에게 인기가 높은 버블티 전문 매장 ‘공차’로 향했다. 매장 직원에게 알리페이 결제에 대해 물어보자 차를 주문하던 중국 관광객이 힐끗 쳐다봤다. 알리페이라는 익숙한 단어가 들렸던 모양이다.
이 매장에 들렀던 리솽(21여)은 “중국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알리페이를 알고 있으며 인터넷에서 많이 쓴다”며 “오프라인에서는 아직까지는 은련카드를 많이 쓰지만 알리페이가 곧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 발길을 서울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9층 면세점으로 돌렸다. 더 많은 요우커를 만날 수 있으려니 했다. 빼곡히 들어찬 화장품 매장만큼 요우커들로 북적였다. 국내 로드숍 제품인 미샤, 더페이스샵, 에뛰드하우스와 같은 중저가 제품을 파는 매장엔 요우커가 넘쳐 났다.
매장 직원들은 알리페이에 익숙했다. 시슬리 화장품 매장 직원 김 모씨는 “몇 달 전 알리페이 결제를 시작하면서 일정 금액 이상 결제하면 50위안을 환급해주는 마케팅을 했다”며 “그때 젊은 요우커들이 알리페이로 결제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참존 화장품 매장 직원 최모씨는 “알리페이 결제는 간단하다”며 “스마트폰에 있는 바코드를 스캔하면 결제할 수 있다”며 알리페이를 자랑했다.
헤라 화장품 매장 직원 김모씨는 “아직은 80%가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그 중에 은련카드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젊은 관광객이 늘고 있기 때문에 알리페이 사용도 늘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김혜정 비트허브 기자 norainonme@bithub.co.kr